[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위기 속 판을 바꾸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혹독한 2020년을 보낸 유통가 수장들이 신축년(辛丑年) 새해 경영 화두로 위기에 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고객과 품질 혁신 등 근본 가치에 집중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제공] |
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라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고 올 한해 정면돌파를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환경이 급격히 재편되는 올 한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라는 역설이다.
정 부회장은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인재를 강조하며 “지금은 망원경이 아닌 만화경으로 미래를 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눈 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고 위기가 곧 기회임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며 무엇보다 강력한 실행력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악전고투의 현장에서, 마스크 위로 보이던 여러분의 눈빛에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읽었다”며 경기회복을 주도하며 위기극복을 해 나가는데 임직원의 자율적 참여를 당부했다.
유통가 수장들이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위기가 기회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각사 제공] |
위기의 해법으로 유통가 수장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고객’이다. 특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위기의 해법으로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변화를 실천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우리의 사고와 행동 기준으로 삼고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함 등 부정적 의견)’에도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페인 포인트와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정 부회장도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불요불굴(不撓不屈)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고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고객의 바뀌는 요구에 ‘광적인 집중’을 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를 해달라는 당부다.
4일 SPC그룹은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국내 및 글로벌 법인 임직원들이 다함께 참여하는 신년식을 진행했다. SPC그룹 직원이 자리에서 신년식을 시청하고 있다.[SPC그룹 제공] |
위기에 맞서 품질 등 기본적인 내실 다지기에도 적극 나선다.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혁신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진단하며 “2021년을 최고 인재, 초격차 역량 확보와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는 혁신 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날 손 회장의 신년사는 글로벌 일류기업 비전에 맞게 사내방송과 디지털을 통해 6개언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인니어, 포르투갈어)로 번역해 전세계 임직원과 함께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장인정신으로 업의 품격을 높일 것을 당부했다. ‘품질 최우선·책임경영·변화와 혁신’ 등 세 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한 허 회장은 “회사 경쟁력의 원천인 맛과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구현하기 위해 사업 전 과정에서 품질경영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품질 최우선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PC그룹은 국내 사업 역량과 기술력을 해외 현지 운영 노하우와 결합시켜 글로벌 사업을 고도화하는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브랜드의 체계적 관리에 힘쓰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이 미주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남미시장 공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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