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도 차질…주문 조기 마감
눈 얼어 빙판되면 당분간 배달 더딜듯
7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도로가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량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폭설로 배달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폭설로 인해 주문 조기 마감 하겠습니다’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언택트(Untact, 비대면)도 멈춰섰다. 쌓인 눈에 라이더나 배송 기사들의 발이 묶이면서 배달·배송 서비스도 차질을 빚은 것이다. 코로나19와 맞은 언택트 시대의 신경계라 할 수 물류시스템의 ‘일시 멈춤’에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모두 발만 동동 거렸다. 게다가 당분간 전국에 강추위가 올 것으로 예보된 상황이라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루게 되면 관련 서비스에 더 큰 지연이 생길 전망이다.
라이더유니온 페이스북 캡처 |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서울 등 전국을 강타한 폭설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App)에는 배달 지연, 서비스 조기 종료 등을 알리는 안내문이 속속 올라왔다. 배달의민족은 ‘눈이 많이 와서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으며, 쿠팡이츠 역시 ‘기상 악화로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같은 날 요기요에는 ‘폭설로 요기요 익스프레스와 요마트 서비스를 조기 종료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지난 6일 배달의민족에는 폭설로 배달이 지연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
이처럼 배달 앱들의 서비스에 차질이 생긴 이유는 전날 갑자기 폭설로 인해 라이더들이 도로에 묶여 움직이지 못한 탓이다. 눈길에 오토바이가 계속 미끄러져 제대로 운행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일부 라이더들은 두 발로 오토바이를 끌면서 움직이기도 했다. 이에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긴급 성명을 내걸고 “현재 곳곳에서 라이더들이 넘어지고 있다”며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오른 라이더들은 고립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어 ”지금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며 ”배달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일부 배달 대행업체들은 이날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배달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 최근 배달에서만 매출이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배달 대행업체가 제 기능을 못하자 매출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에 위험을 감수하고 업주들이 배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대행업체가 조기 마감해 새벽까지 직접 배달했다’, ‘폭설로 강제 마감했다’, ‘폭설엔 홀도 배달도 안 된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SSG닷컴에도 폭설과 한파로 새벽배송, 쓱배송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진=SSG닷컴 캡처] |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은 건 배달 앱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바쁜 e커머스 업체들도 주문을 일찍 마감하거나 배송 지연 공지를 내걸 수밖에 없었다.
SSG닷컴은 이날 저녁에 ‘폭설과 한파로 인해 새벽배송, 쓱배송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SSG닷컴 관계자는 “큰 도로가 아닌 주택가는 빙판인 데다 배송 순서가 한번 밀리면 도미노처럼 밀린다”며 “지연 상황이 발생하면 개별 문자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눈이 쌓인 곳이 있어 주간 배송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 역시 전날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늦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배송 지연이 발생했다. 쿠팡도 폭설로 로켓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어제부터 배송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폭설에 대비했지만 도로 통제 등으로 물류창고에서 터미널로 상품을 보내는 시간이 지연됐다”며 “아직 배송이 안 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고객과 업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설 이후 찾아오는 한파로 밤 사이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 사고가 우려되면서다. 현재 서울에는 3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려졌으며 체감 온도는 영하 24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강화로 배달이나 온라인 판매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는데 폭설로 인해 이마저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어느 때보다 춥고 불안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