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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지서 웃돈 주고도 못 구한다?…그 많던 달걀은 어디로 갔을까[언박싱]
산란계 살처분에 유통업자는 ‘파리 목숨’
계란은 어디에?…웃돈 거래에 보관 의혹까지
한 판에 7천원대 “무조건적 살처분 지양해야”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달걀 30구 한 판에 6000~7000원대에 판매되는 등 평소보다 2배 가량 급등한 것. 그마저도 물량이 적거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란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정부의 말과 달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알을 낳는 닭)까지 살처분하면서 달걀 유통업자들은 계란 확보에 차질이 생긴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거래 농장 살처분…유통업자는 ‘파리 목숨’
지난 6일 오후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양계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의 확산으로 산란계마저 살처분되면서 중소 달걀 유통업자들은 산지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AI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총 626만9000마리이다. 국내 산란계(통계청 가축 동향, 지난해 3분기 기준)가 총 7385만3000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산란계의 8.4% 가량이 살처분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 농장이 살처분 처리된 달걀 유통업자들은 하루아침에 거래처를 잃게 됐다. 이에 AI를 비켜간 양계장을 찾아 달걀 납품을 부탁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달걀 유통업자 A씨는 “거래하던 농장의 닭이 살처분되면 물량이 완전히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자 B씨는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파리 목숨이 될 정도로 절박하다”라고 말했다.

거래처를 잃은 유통업자들이 산지에서 달걀 물량을 확보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계장마다 기존 거래하던 유통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웃돈을 얹어 주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서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뒤 개당 94원이던 계란의 농장 실거래가격은 7일 150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달걀은 어디에?…웃돈 주고 사입·보관 의혹까지
계란 가격 [자료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이처럼 산지 달걀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건이 없어 장사를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덕분에 달걀 가격은 매일 무섭게 급등하는 추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왕란 30개의 산지가격은 지난 6일 4554원에서 12일 4781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특란 30개의 산지가격은 4113원에서 4446원으로 뛰었다.

소비자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특란 30개의 소비자가격은 6000원을 넘어선 뒤 지난 12일에는 6248원으로 뛰었다. 일부 마트에서는 계란 30개가 7000원대에 판매되기도 한다.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달걀 가격이 오른 1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달걀 판매대. 연합뉴스

문제는 일부 대상(大商, 달걀 생산을 겸하는 대규모 유통업자)들이 양계 농가에 웃돈을 주면서 물량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풀린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일부 대상들이 시장에 일부러 달걀을 내놓지 않아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을 겪는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입란을 통한 가격 안정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피해 농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보니 달걀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낙철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장은 “현재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반경 3㎞에서 500m로 축소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는 중”이라며 “집란 불가 유통인의 계란 수급방안 마련과 피해 보상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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