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 방식 등 제휴를 위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 방식 등을 통해 손을 맞잡기로 하면서 이커머스업계의 판이 또 한번 흔들릴 전망이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하는 신세계그룹과 커머스 부문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네이버는 다양한 시너지 방안을 모색중이다.

특히 네이버가 이미 지난해 제휴를 맺은 CJ그룹까지 CJ대한통운을 기반으로 유통업계 재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플랫폼과 물류 차원의 협력과 합종연횡은 올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쿠팡의 상장 이후 대규모 투자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등 선두주자들의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경쟁자 관계라도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이마트, 다양한 협력 가능성=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마트는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 등 제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1월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을 찾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나 포괄적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러 제휴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네이버와 CJ그룹이 문화 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총 6000억원대 주식을 맞교환한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지분 교환 방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식품 등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통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강자인 것과 달리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9236억원에 그친다.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20조원대로 3강 구도를 형성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지는 수치다.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내부모습.[SSG닷컴 제공]

SSG닷컴의 오픈마켓 전환을 추진중인 이마트는 오픈마켓 강자인 네이버와 협력하면 거대 플랫폼의 경쟁력을 단번에 활용할 수 있다. 판로 확대에 따른 점유율 상승과 더불어 네이버와 이미 손잡은 CJ그룹과의 협력이나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온라인 전용상품 개발 및 데이터 통합·고도화를 통한 타킷마케팅으로 경쟁력을 더 높여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상품 경쟁력과 물류 거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네이버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홈플러스, GS프레시몰, 현대백화점 등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SSG닷컴의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도 가능해진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와 네이버 지분 교환이 이뤄진다면 ▷온·오프라인 판매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이커머스 업계 내 완전체 모델을 완성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속도내는 反쿠팡연대, 더 강해진다= 이커머스업계는 11일(현지시간) 예정된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저마다의 경쟁력 확보에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쿠팡이 수조원의 자금 조달을 토대로 국내 물류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기 때문.

특히 이번 네이버와 이마트의 협력 모색처럼 쿠팡에 맞서는 이커머스업계의 합종연횡이 빨라지는 것은 ‘혼자서 다하는’ 쿠팡과 사업모델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자체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매입을 통한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가 핵심 경쟁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 다 쿠팡처럼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며 “제휴 등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방식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베이 본사 전경.[이베이 홈페이지]

실제로 이베이코리아가 CJ대한통운에 배송을 전량 위탁하는 등 물류는 CJ대한통운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 투자도 빈번해졌다. 11번가는 지난 달 근거리 물류 IT 스타트업인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해 3대 주주가 됐고, GS홈쇼핑은 이달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의 지분 18.4%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네이버는 물류 수요를 예측하는 AI ‘클로바 포캐스트(Forecast)’를 자체 개발해 CJ대한통운의 최대 물류센터인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에 시범 적용 중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예비입찰을 진행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기냐에 따라 또 한번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온라인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수 여부에 따라 SSG닷컴이나 카카오 등이 새로운 이커머스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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