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그룹이 올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 들어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구단 인수와 네이버와의 동맹 맺기에 이어 여성패션 편집몰 W컨셉 인수까지 종횡무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닥친 위기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은 그 어느때보다 강해졌다. ‘유통 맞수’ 롯데그룹 또한 유통은 물론 바이오, 배터리, 스마트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모색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그림을 내놓지 않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그간 보였던 M&A 승부사 기질과 5대그룹의 위상을 볼 때 향후 M&A 규모 면에서는 신세계를 압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몰인 W컨셉을 2000억원대 후반에 인수했다. W컨셉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2030세대에 인기가 높고, 회원수만 해도 500만명에 육박한다.
W컨셉은 현재와 같이 플랫폼을 이원화해 별도 운영하면서,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접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입점 브랜드들을 신세계의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 선보이는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신세계는 올 들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각종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했으며, 정 부회장은 ‘본업(유통)과 야구를 연결짓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힌 상태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분야의 빠른 성장을 위해 네이버와 2500억원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창단 포부를 말하고 있다. [연합] |
특히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에 스타벅스 브랜드 활용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 다만 지분 50%의 가치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자금 조달 방식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그룹 혼자 부담하기는 큰 금액이라, 재무적 투자자와 같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SSG닷컴에 투자한 기존 사모펀드(PEF)를 포함, 과연 어디와 손을 잡게 될지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제공] |
올해 본격적인 M&A 모색에 나선 것은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바이오,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신사업을 검토 중이다. 유통 중심의 신세계와 달리 유통과 화학을 양대 축으로 하는 그룹으로서 확장 범위가 넓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도 강하다. 신 회장은 올해 초 VCM(사장단회의)에서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 검토를 주문했다. 앞서 신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수장을 맡을 때부터 굵직한 M&A를 주도해왔으며, 2011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뉴욕팰리스호텔, 삼성그룹 화학부문 등을 인수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각 사업의 전략적 의의와 시너지 창출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지속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고도화하겠다”며 “단기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중장기 전략 하에 실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일단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확보를 통한 바이오산업 진출 검토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300억원 지분 투자로 첫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1000억원대 수준인 엔지켐생명과학 지분투자와 그룹이 아닌 롯데쇼핑 차원에서 중고나라 지분 투자를 추진한 점을 볼 때 본격적인 M&A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당장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결과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가 검토중인 M&A만 해도 6~7건으로 알려졌다”며 “유통에 집중하는 신세계와는 좀 차이가 있고, 굵직한 M&A들이라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신사업 전략을 이끄는 곳은 이훈기 부사장이 이끄는 지주 경영혁신실로, 지난해 8월 인적쇄신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상태다. 인적 구성을 보면 이 부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1990년 호남석유로 입사했으며, M&A 전문가로 통한다. 아울러 ‘1970년대생’ ‘해외 유학파’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승욱 상무, 서승욱 상무가 각각 1, 2팀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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