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도 알 수 없는 ‘깜깜이 가격 정책’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안 샤넬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빛나 기자]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전 9시에 왔는데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 14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 일찍 백화점을 방문한 A(25)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빨간색 글씨로 ‘남은 대기인원’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일찍 오면 바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백화점 밖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가방 구경하기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말했다.
어제도 매장을 방문했다는 B(48)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B씨는 “(어제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오후 4시에 왔는데 결국 매장에 못 들어갔고, 오늘은 오픈시간에 맞춰왔다”며 “가격이 오르기 전 매장에 살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려는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샤넬 가격 인상’ 소문에 초조해진 소비자들이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내일(15일) 샤넬이 주요 제품 가격을 대거 인상한다’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에서도 샤넬 제품가격이 오르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오늘 사야 덜 손해’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매장에 손님이 몰렸다.
지난해 5월 샤넬이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 |
이날 오후 2시 기준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의 대기인원은 330여명이었다. 매장 직원은 대기자 등록를 하는 사람들에게 “대기인원이 많아 오늘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밀려드는 손님에 샤넬 매장은 오후 12시께에 사실상 입장을 마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 2시간 전인 오전 8시께부터 100여명이 줄 서 있었다. 이날 서울 아침의 최저기온은 3도였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매년 한두 차례 기습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샤넬도 지난해 5월과 1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상 당시에도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 ‘오픈런(매장 문이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구매하는 방식)’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가격 인상 소문이 돌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해외에서 이미 샤넬 제품 가격이 올라 국내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대체로 4~5월에 가격을 올리는다는 점이다. 다만 백화점 담당바이어들도 제품가격이 오르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인상 소문에 예전보다 샤넬 매장 방문객이 늘어나긴 했다”면서도 “백화점 쪽에서는 실제 가격이 오르는지, 안 오르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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