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에 가격 상승 부채질
복숭아·포도도 소매가격 전년比 두자릿수 '껑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여름이면 수박이 떨어지지 않게 늘 냉장고에 채워놓고 있는 40대 주부 A씨는 지난 주말 수박을 사다가 깜짝 놀랐다. A씨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는데 평소보다 몇천원씩 올라있어 놀랐다”며 “더울 때 제일 만만한 과일이 수박인데 폭염에 수박 가격이 더 비싸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이은 폭염과 열대야에 수박 같은 시원한 과일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안 오른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인 식품 물가에서 여름 과일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여름 과일의 폭염 피해는 당분간 가격상승을 더욱 부채질 할 전망이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수박 도매 가격은 26일 기준 개당 2만3840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21% 상승했다. 한 달 전 평균 도매가격 1만5910원과 비교하면 무려 50%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720원이었던 수박 가격은 올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평년,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올 들어 과일 물가 상승을 주도해 온 사과와 배 같은 과일에 비해 그나마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폭염과 함께 수요는 폭발한 반면 공급은 줄면서 갑자기 수박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일 30도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박 수요는 대폭 증가한 반면, 폭염으로 인해 속이 비어있는 ‘박수박’ 비품 비중이 높아져 산지 시세는 전년 대비 30% 이상 높아지고 있다”며 “폭염이 지속되면 8월 중순까지는 가격 상승세기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박 가격은 햇과일이 출시되기 시작하면 수요가 분산되며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폭염은 과일 가격 상승의 복병이다. 111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왔던 2018년에도 폭염의 영향으로 과일 가격이 상승한 적이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 과일은 햇볕데임 등의 피해가 발생해 출하량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아직 안정적인 가격을 보이고 있는 또다른 여름철 대표 과일인 복숭아도 안심은 금물이다. 복숭아는 최근 작은 과일을 선호하는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여름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생육상황이 양호해 출하량도 많아 가격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복숭아 역시 폭염이 심할 때는 봉지씌우기 같은 방법을 동원해도 햇볕데임 피해를 받기 때문에, 향후 폭염 피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수박 가격 상승에 이어 7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은 포도 가격도 심상치 않다. 국내 포도 대표 품종인 거봉, 캠벨의 가격은 이미 평년보다 높아, 추가적으로 폭염피해 등이 더해진다면 가격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KAMIS에 따르면 캠벨얼리 소매 가격(중품, 1㎏)은 26일 1만2875원으로 전년(9028원) 대비 42% 상승했다. 거봉(상품, 2㎏) 역시 2만8261원으로 지난해보다 24% 상승했다.
포도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은 무엇보다 ‘망고포도’라고 불리는 샤인머스켓으로 품종 전환이 많아 재배면적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샤인머스켓은 거봉과 재배방법은 비슷하지만 단가는 2배 가량 높아 농가들이 재배를 늘리면서, 샤인머스켓의 가격은 내려가는 반면 전통적인 포도의 가격은 올라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포도 도매 가격(상품 2㎏, 가락시장)은 거봉이 전년대비 15% 상승하고 델라웨어는 27% 상승했다. 이들 포도의 반입량은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농업관측에 따르면 재배면적이 줄면서 캠벨얼리와 거봉 출하량은 7월에 전년 대비 각각 24%,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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