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앞 스타벅스 1호점 오픈 당시 테이프 컷팅식.[신세계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1999년 7월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미국 브라운대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적극 나선 것으로, 스타벅스의 첫 한국 진출은 미국 본사와 신세계그룹의 합작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22년 뒤 같은 날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최대 주주가 됐다. 미국 본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사실상 단독 주인이 된 것이다.
‘별다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인의 일상생활 깊숙히 자리잡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신세계그룹과 함께 또 한번 도약할 준비를 한다. 올해 야구단 인수,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공격적으로 달려온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 인수로 온·오프라인에서 신세계의 상품, 서비스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 ‘신세계 유니버스(Universe)’ 완성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다.
이마트는 미국 본사가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원에 매수한다고 27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기존 지분 50%에 더해 총 지분 67.5%를 보유하게 된다. 장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본사의 나머지 지분 32.5%를 매입한다. 지분 가치로 계산해보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기업가치는 2조 7000억원 가량이다. 그동안 신세계는 국내 스타벅스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본사 지분 인수를 검토해왔고, 이번에 GIC와 손잡고 이를 현실화한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스타벅스의 글로벌 ‘톱5’다. 스타벅스의 글로벌 진출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 이번처럼 본사가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톱5 내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그만큼 신세계의 경영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 본사 관계자 역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신세계그룹의 적극적인 사업 의지가 바탕이 됐다”며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집중하고 고민해 새로운 개선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1999년 이대 앞 매장 한 곳에서 40여명의 파트너(직원)와 함께 이뤄낸 6억원의 매출은, 지난해말 1조9284억원으로 수천 배 이상 증가했고 매장 수도 1500여개로 늘었다. 비약적인 성장 과정에서 신세계는 스타벅스 세계 어느 매장을 가도 볼 수 없는 혁신적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놨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객의 마음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 신세계의 ‘고객제일’주의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초가 됐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다시 고객을 불러모으는 스타벅스 성장의 선순환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 별다방점 전경.[스타벅스 제공] |
대표적인 것이 ‘사이렌 오더’다. 2014년 매장에 길게 줄을 서는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바일 앱으로 커피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고, 같은 해에는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이 고객의 음료명 대신 고객들이 직접 등록한 이름을 호명하며 감성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8년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이용 시 자동 결제를 통해 지체 없이 바로 출차 가능한 ‘My DT Pass’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들 서비스 모두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한국에서 도입된 것들이다.
매 시즌 소장욕구를 자극하며 스타벅스 MD 열풍을 불러온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 3월 ‘별다방점’ 오픈에 이어 세계 최초로 스타벅스 자국어 애칭을 원두명으로 하는 ‘별다방 블렌드’까지 내놨다. 지분 인수 이후 신세계는 현재 계열사와의 다양한 협업 차원을 뛰어넘는 더욱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전세계 최초로 야구장에 들어선 스타벅스 SSG랜더스필드점과 같은 혁신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5월 SSG 랜더스와 함께하는 ‘스타벅스 데이’ 관련 이미지.[스타벅스 제공] |
아울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계열사 편입으로 이마트는 당장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하며, 올해 매출 2조원 돌파가 전망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초우량 자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전체적으로 손익에 플러스 효과가 매우 크고 더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무적 부담 증가는 사실이나,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한 자금 조달로 실적에 미치는 실질 영향은 크지 않고, 향후 시너지 효과가 중장기적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