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값이 국내, 수입산 가리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수입산은 수입량이 늘었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손님이 고기를 사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주부 A씨(35)는 최근 방학을 맞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먹이려고 고기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한우는 두 아들을 배불리 먹이기에 부담스러워 수입 쇠고기 코너로 갔는데, 이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산 갈비를 한참 만지작 거리던 A씨는 결국 좀더 가격이 저렴한 불고기 거리를 구매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최근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국내산 축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A씨처럼 수입산 제품으로 고개를 돌리는 소비자들 많아졌다. 하지만 수입산 역시 가격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가계부담이 더욱 커졌다. 특히 최근 고기 수입량이 확대됐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올라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아니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축산물수입가격지수 (2015년=100.0) [관세청 제공] |
4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축산물수입가격 지수는 6월 말 현재 117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2%,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상승한 수준으로, 118을 기록했던 지난 2019년 8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입 축산물 중 냉장 쇠고기의 가격지수가 130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돼지고기가 129를 기록하는 등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냉동 소고기도 106을 기록, 기준년인 2015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수입 닭고기만 99로 100을 밑돌았다.
수입 축산물의 가격 상승은 공급적 측면 보다도 수요 확대에 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입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실제로 6월말 현재 쇠고기 전체 수입량은 4만691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 늘었다. 하지만 수입 평균 단가는 ㎏당 9196원으로 2.4% 올랐다. 돼지고기 역시 같은 기간 14.2% 많은 3만7857t이 수입됐지만, 평균 단가는 ㎏당 4243원으로 11.1% 높아졌다.
고기값이 국내, 수입산 가리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수입산은 수입량이 늘었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상인이 고기를 팔고 있는 모습 [연합] |
수입 축산물의 수입 단가가 높아지다 보니 소비자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3일 현재 미국산 갈비의 가격은 100g당 2577원으로, 지난해(2494원)보다는 3.3%, 평년(2427원)보다는 6.2% 비쌌다. 같은 기간 수입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도 100g당 1373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32%, 평년보다 31.9%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수입량이 늘었는데도 수입 축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국내산 축산물 가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육류 소비량이 많은 시기에 국산 고기들이 너무 비싸다보니 수입산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나 높아진 한우, 한돈 가격에 놀란 소비자들이 수입 고기를 보면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 덕분에 수입산에 대한 ‘가격 저항력’이 다소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100g당 1만8000원 하는 한우 값에 놀란 소비자는 100g당 5000원 하던 수입 쇠고기를 7000원에 판다고 해도 싸다고 느껴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축산물 수입량도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난 수입량 이상으로 수요가 많다보니 가격 안정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