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영업자 매출도 17% 급감
저녁 모임 많은 종로·마포는 ‘반토막’
연합회 생활안정자금 ‘경쟁률 50대1’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A씨는 폐업을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매장을 철거,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매달 260만원의 임대료, 100만원에 달하는 관리비는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적자가 쌓였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A씨는 8000만원의 빚만 남는다. 철거비용조차도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라 A씨는 한숨만 나온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한달여가 지나면서 자영업자들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 확대와 함께 희망이 보였지만 7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길어지는 4단계 거리두기로 이젠 절망만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되자 서울 중심가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다. [연합뉴스] |
9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신한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사용액은 14조517억원으로 전년 13조1265억원 대비 7.0% 늘었다. 그러나 5개 소비 밀접 업종 가운데 숙박 및 음식점업의 카드 승인액은 1조344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8% 급감해 오히려 타격을 받았다. 업종별로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으로, 해당 업종은 재작년과 비교하면 20.5% 감소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4단계 거리두기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다.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매출을 분석한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7월 26일~8월 1일) 서울 자영업자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저녁 이후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의 매출 감소폭이 더 컸다. 3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는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와 서초구 소재 소상공인의 매출은 2019년 대비 47%씩, 종로구와 마포구는 46%씩 감소했다. 영업을 제대로 못해 매출은 급감하니 자영업자들은 빚만 쌓여가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05.4조원으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66.9조원(19.8%) 늘었다.
소상공인의 얼어붙은 체감경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수도권 4단계 조치 이후인 7월 18~22일 전국 17개 시·도 소상공인 2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월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32.8로 전월보다 20.8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인 지난해 3월(29.7) 이후 1년 4개월 만의 최저치다.
서울 명동거리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여파로 문을 닫은 소규모 상가가 절반에 육박한다. [연합뉴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안산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B씨는 지난 6월 폐업신고를 했다. 2019년 보증금을 포함해 3억3000만원을 들여 호프집을 시작했던 그는 1년 넘게 이어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장사를 접었다. 관리비 체납액은 3000만원에 달하고, 밀린 월세를 연정산하고 나니 1억원이었던 임대보증은 2500만원만 남았다.
B씨는 “저의 경영실수로 인한 업장의 폐업이라면 감수 하겠지만 국가시책에 따른 결과가 파산과 신용불량자 등록이라면 저같은 자영업자는 어디에 하소연해야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차라리 가게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오지만 B씨처럼 폐업 이후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 등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울분은 현재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적절한 보상도 없이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받는 상황 때문이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정치방역’을 탓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특히 지난 6일 정부가 오는 22일까지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를 연장한데 이어 부산도 10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4단계로 격상하는 등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업자당 50만원씩 지원한 소상공인 긴급 생활안정자금이 예상을 뛰어넘는 접수 열기로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전화가 불통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연합회 측은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을 극명히 보여줬다”며 “50:1의 경쟁률에 심사를 거쳐 선발된 대상자들은 지난해 소득과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사업자들로, 소상공인에 대한 전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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