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밥 지친 주부들, 백화점 반찬가게 들락날락
‘최대 20%까지’ 반찬 마감 할인 가능
롯데백화점 노원점 미찬 전경 [롯데쇼핑 제공]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백화점 내 반찬가게 인 기가 파죽지세다. 보복 소비 분위기가 한풀 꺾이며 전체 백화점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거리두기 장기화로 ‘돌밥(돌아서면 밥을 한다는 신조어)’에 지쳐 인근 백화점 식품관을 활용하는 주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23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집밥 수요가 늘면서 식품관 내 반찬가게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한 달(7월 22일~8월 22일) 롯데백화점 반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반찬가게 매출 증가는 올해 내내 이어진 추세다. 올해 1~7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26% 신장하였고, 특히 본격적으로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7월 한 달 동안은 매출이 전년 동기 34% 증가하기도 했다.
반면 전체 백화점, 그 중에서도 패션 매출은 정반대다.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한 달(7월 22일~8월 22일) 전체 매출신장률은 전월 대비 5.1%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4% 신장해 6월까지 이어졌던 보복소비가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10%대 신장을 거뒀지만. 이는 전달 무역센터점의 효점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해당 기간 롯데백화점 여성 패션은 22%, 남성 패션은 5% 역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패션 7%, 남성패션 9.4%, 명품 매출이 2.7% 감소했다. 가을 신상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 장기화로 패션부문의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반찬가게 인기가 이어지는데는 거리두기 장기화와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은 농산물 가격 영향이 크다. 에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현상이 길어지면서 ‘밖에서 사먹는 거나 집에서 해먹으나 똑같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8월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농축수산물은 9.6%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자 ‘월 매출 1억’을 달성하는 반찬가게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강남점 내 반찬가게는 지난달 월 평균 매출이 1억원이 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 반찬가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매출 1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은 단골 고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본점, 노원점, 구리점 등 7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올해 4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수도권 전역에서 이뤄지던 반찬 정기구독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확대했다.
백화점은 반찬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마감 할인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AK플라자는 스타트업 라스트오더와 손잡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반찬과 디저트, 빵, 초밥 등을 20% 할인 판매 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내 마감임박 상품의 수량과 픽업 가능 시간을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이 안내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 미리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한 후 원하는 시간에 매장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지난 17일부터 베이커리 브랜드 ‘라롬드뺑’을 비롯해 베이커리, 초밥, 도시락 상품을 20% 이상 할인 판매한다. AK플라자는 분당점을 시작으로 수원점, 평택점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물가가 많이 상승하면서 시간 등의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일반적인 밑반찬 메뉴도 잘 팔리지만 깐풍새우, 매운 등뼈찜과 같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메뉴들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