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 후 상온 유통되면 품질 저하
일부 식당 금값된 달걀에 싼 ‘비세척란’ 구입
“세척 표시·콜드체인 의무화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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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김밥집 집단 식중독’의 원인으로 지목된 살모넬라균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세척란이 주범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세척 달걀 껍데기에 붙은 살모넬라균이 조리 과정에서 음식을 오염시킨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식품업계는 비세척란 및 상온 유통 등 가금류 유통 사각지대를 없애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2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과 고양에 이어 파주에서도 김밥집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을 먹은 주민들이 설사·구토·복통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특히 고양시 소재 김밥집에서 음식을 먹은 20대 여성은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집단 식중독 사태의 원인으로 달걀에 의한 살모넬라균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살모넬라균은 닭·오리·돼지 등 가금류의 장내에 서식하는 식중독균으로, 닭의 분변에 오염된 달걀에서 흔히 검출된다. 특히 37도 온도에서 가장 잘 번식하다 보니 요즘 같은 무더위가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는 살모넬라균이 달걀 중에서도 비세척란의 껍데기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달걀 껍데기에 있던 살모넬라균이 달걀을 깨는 과정에서 음식에 들어갔거나 달걀 만진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음식을 조리하게 되면 칼이나 도마, 식재료 등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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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형 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걀은 차아염소산 나트륨 등 살균소독수로 세척해 냉장 보관·유통되다 보니 달걀 껍데기에 살모넬라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작다. 식약처가 지난 2019년부터 ‘축산물의 가공 기준 및 성분 규격’을 마련해 계란 세척 시 30도 이상이면서 계란 온도보다 5도 높은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반드시 냉장 온도(0~10도)로 유통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몰에서 유통되는 비세척란은 세척솔로 이물질을 닦아내는 정도에 그쳐 살모넬라균이 껍데기에 그대로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유통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냉장 보관을 했다면 판매될 때까지 냉장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비세척란을 납품하는 양계농가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하다 보니 ‘콜드 체인(Cold Chain·저온 유통 과정)’과 같은 체계적인 관리도 어렵다. 이와 함께 비세척란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들은 고공 행진 중인 달걀 가격 때문에 비세척란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세척란이 일부 온라인 식품유통업체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비세척란이나 영세 양계농장 물량 등 가금류 유통 사각지대를 없애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총장은 “달걀값이 올라가다 보니 신선한 달걀을 구입하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비세척란을 납품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 안전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달걀 유통 과정에서의 콜드체인를 마련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