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인용…3자 매각 불가능
소송 장기화…기업 가치 훼손 불보듯 뻔해
[헤럴드경제=한희라·김성미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입장문을 통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남양유업 매각건은 소송 전면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와함께 홍 회장이 “재매각”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한앤코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제3자 매각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서울 논현동 소재 남양유업 본사. [연합뉴스] |
홍 회장은 이날 한앤코에 매각 해제 통보를 하면서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 없이 매우 확고하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며 재매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앤코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용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 53%가 묶이게 되면서, 한앤코 외 다른 매수자에 회사를 매각할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 것이다.
홍 회장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돌연 주주총회를 연기,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은데다 LKB앤파트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계약 파기 행보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IB업계는 홍 전 회장이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으나, 보다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에 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매도자가 단순 변심으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해석한 법원이 홍 전 회장이 다른 원매자를 상대로 주식 매각에 나설 수 없도록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50년 넘게 회사를 일군 한 기업의 회장이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 매각에 나섰음에도 단순 변심으로 계약 파기 행보를 보이는 것에 업계가 모두 놀라고 있다”며 “거버넌스 리스크가 높다는 평판이 쌓이면서 다른 곳에 매각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남양유업 제품 불가리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홍 회장측과 한앤코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양측의 소송전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소송전에서는 한앤코가 유리한 위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양측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 소송전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한앤코가 제기한 소송은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추후 제기해야 해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주식매매대금 등 계약서 내용에 대해서도 양측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앤코는 지난 입장문에서 “수 차례의 가격협상을 거쳐 본사 건물과 공장 등 영업용 부동산 및 현금가치를 반영한 매도인(홍원식 회장) 측의 최종 인상안을 당사가 수용해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 회장은 계약금조차 받지 않았다며 자신이 불리한 계약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저는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앤컴퍼니가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며 날을 세웠다.
오너 리스크에 이어 매각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남양유업의 시계는 멈춰섰다. 수천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게되면 직원들의 동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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