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사망하자 이용자들 환불·보상 못 받아
머지 사태처럼 선불지급 서비스 피해 속출
전문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 규제 강화해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들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선불 지급을 이용한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인트 충전이나 회원비 명목으로 미리 대금을 받은 후 운영자가 잠적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상 ‘통신판매업’ 사기가 급증하는데도 환불 등 소비자 구제책은 물론, 해당 판매채널에 대한 감시 감독 역시 공백 상태여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3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네이버 카페 ‘○○ STORE’가 돌연 운영을 중단했다. 운영자 대표 A씨가 지난 4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 STORE’는 지난 2019년 설립된 일종의 공동구매 카페로, 가입비 30~100만원을 내면 카페 회원 자격을 얻어 상품권, 가전제품, 골드바 등을 시중가보다 약 40~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 STORE’의 운영 중단으로 회원들은 가입비 및 제품 구입을 위해 낸 선급금 수 천만원을 현재까지 환불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약 200여명의 회원들이 5900여개의 물건을 받지 못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52억8900여 만원이나 된다. 이용자들은 뒤늦게 대표 A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고소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연합] |
문제는 ‘○○ STORE’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성행하면서 언제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페 내 공동구매나 구매대행 등을 하는 커뮤니티는 2만4000여 개가 넘는다. 휴대폰 공구 카페인 ‘00폰’은 회원수가 110만명을 넘어섰고, ‘쇼핑000’이나 ‘0카’ 등도 35~55만여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오픈마켓이다 보니 각종 안전 규제를 받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대책이나 규제가 없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머지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보다 백화점을 더 신뢰하는 이유는 거래되는 백화점이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소비자 피해를 보상해주기 때문”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역시 신뢰를 보증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스크로 제도와 같이 거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가지 법적 제도들이 있지만 이를 위반하는지에 대해 감시·감독이 뒤따라야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역시 오프라인 거래와 마찬가지로 감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오픈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새로운 거래 관계에 걸맞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탐욕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머지 포인트와 같이 선불지급을 이용한 피해 사례는 분명 재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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