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접목한 ‘냉장고형 자판기’도 등장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단지에 들어선 무인 밀키트 매장. [신주희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최은영(49) 씨는 최근 집 앞에 생긴 ‘24시 무인 밀키트(Meal Kit) 매장’ 덕분에 저녁 밥상 준비 걱정을 덜었다. ‘차돌 된장국’, ‘찜닭’ 등 재료 손질이 번거로운 요리도 손 쉽게할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지 않으니 밀키트라는 제품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집 바로 앞에 이런 매장이 생겨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씨의 동네에는 지난 6월 국, 반찬류를 파는 ‘D 무인 밀키트’ 매장이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같은 건물에 갈비, 육류만 파는 ‘K 무인 밀키트’ 매장이 오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요식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자 ‘24시간 무인 밀키트 매장’이 신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카페에서 시작된 ‘무인 열풍'이 손질이 끝난 재료를 간편히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밀키트 상품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무인 밀키트는 직접 상품을 확인하고 고를 수 있는 장점을 들며 온라인 장보기가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5060세대 주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무인 밀키트 매장의 선두주자 격인 디엔애프씨의 ‘담꾹’은 올해 1월 30개 매장에서 시작해 지난 8월 전국 275개 지점 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담꾹’ 매장의 대부분이 10평 남짓한 가게에서 1~2인의 직원이 상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인 운영이 기본이지만, 낮 시간에는 매대 뒤편 간이 주방에서 대파, 양파 등 채소류를 손질하고 소분해해 밀키트로 포장하는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밤에는 직원 없이 손님이 자율적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고기, 찌개 등 특정 음식을 전문으로하는 무인 매장도 생겼다. 지난 1월 문을 연 대단한에프앤비의 ‘대단한 갈비’는 고깃집 식당에서 먹는 갈비맛을 구현한 밀키트를 판매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단한 갈비 무인 매장은 오픈한지 8개월 여 만에 320개로 확대됐다.
24시간 무인 밀키트용 ‘스마트 자판기’도 생겨났다. 프레시고는 지난 7월 스마트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한 스마트 자판기 ‘프레시고24’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자판기 냉장고에서 직접 문을 열고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무인 매장의 단점으로 꼽히는 도난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레시고의 스마트 자판기는 이용자가 카드를 삽입하면 문이 열리고 물건을 꺼내고 가져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자판기의 재고가 떨어지면 상품 발주가 자동으로 요청되며 점주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매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무인 매장 뿐 아니라 사무실, 학교, 주거공간, 오피스 등으로 밀키트 공급 서비스를 확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고 밀키트 시장이 성장기를 맞이한 것과 맞물려 무인 밀키트 체인점이 확산되고 있다”며 “밀키트 상품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며 소비자들의 생활권에 안착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최근 성장세인 밀키트의 유통 채널이 무인 점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직접 포장된 식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판매와는 다른 장점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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