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보통 ‘참으로 건강한 맛이야’라고 말하면 맛이 없다는 뜻으로 알아 듣잖아요. 진짜에요. 염도가 낮은데 가정식에 가까운 맛 품질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도전이었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기존 HMR 브랜드 ‘비비고’의 건강식 버전인 ‘더 비비고’를 론칭했다. ‘더 비비고’의 카테고리 책임을 맡고 있는 정우영 선임연구원을 비대면 전화 인터뷰로 만나봤다.
정 연구원은 “더 비비고를 짜지 않은 건강한 맛과 기타 영양성분까지 설계해 녹여낸 제품으로, CJ HMR 기술의 총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더비비고’는 ‘CJ 영양설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강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나트륨·콜레스테롤은 줄이고 단백질·식이섬유를 더한 제품을 표방한다.
그는 “한국인의 맛은 된장 베이스, 고추장 베이스, 간장 베이스 등 크게 3가지다. 그런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염도 식품이다”면서 “어떻게 나트륨을 저감하면서 맛있게 할 것인지가 플러스 알파인 풍미보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원료부터 나트륨 수치를 낮추기 위해 나트륨이 저감된 된장과 간장 원료를 개발하고 제품 공정과정에서 짠맛을 덜어내기도 한다”면서 “단순히 염도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각 메뉴마다 셋팅된 염도를 기반으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고형물 구성, 원물 전처리, 살균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고 토로했다.
원물 전처리 과정부터 차별화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원물을 많이 넣으면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경우 살균 강도가 높아져 식감과 맛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물 특성에 맞게 별도로 볶거나 데치거나 찬물에 보관하는 등 최적화된 전처리 공정을 찾아내야 한다.
영양오리백숙의 경우 닭보다 기름이 많은 오리 원물의 영양학적 특성을 고려해 수차례의 테스트 끝에 담백하면서도 육질이 살아 있는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최적의 전처리 온도와 시간을 찾아냈다. 우엉소고기덮밥소스는 뿌리야채 원물(우엉과 연근)의 식감개선과 갈변방지를 위해 야채원물의 별도 블랜칭(가열처리)와 냉각 공정 등으로 재료부터 차별화했다.
정 연구원이 최고 난이도로 꼽은 메뉴는 도가니탕이다. 도가니탕은 한국인이 꼽은 건강식 3위 안에 뽑히면서 더비비고의 메뉴로 개발됐다.
그는 “건강식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원물을 다뤄야 해 모든 원물들이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지(소힘줄)와 도가니는 이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원산지나 브랜드(사용 부위, 사육 방식 등) 별로 품질 편차가 커 가장 적합한 품질의 원물을 선정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또 전문점 수준의 원물 식감을 구현해내기 위해 다양한 전처리 조건을 테스트하는 과정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깔끔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원물의 지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는 공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2008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로 입사해 올해로 14년차 연구원인 그가 가장 크게 느끼는 HMR 트렌드 변화는 ‘프리미엄화’와 ‘건강한 HMR’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헬스 앤 웰니스 레디밀(Health&Wellness Ready Meals)’ 시장이 약 10조원대 규모에 달해 간편식 가운데 비중이 10%까지 올라갔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맛’과 ‘편의성’이 우선이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에서 직접 손질하기 어려운 고급 식재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리미엄’이 전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정 연구원은 “이제 HMR은 가정에서의 요리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외식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돼가고 있다”면서 “영양 균형이 잡힌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건강 간편식은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HMR이 이젠 ‘가성비’ 뿐 아니라 ‘가심비’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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