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마케팅으로 ‘환기’
익숙한 제품끼리 컬래버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술(酒)이 선을 넘고 있다. 라면이 맥주로 나오는가 하면, 아이스크림 소주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꽉 막힌 유흥 채널 대신 가정 채널을 살리려는 주류업계의 묘책이다. 주류 광고까지 막히면서 익숙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일종의 ‘환기’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오뚜기 진라면과 손잡고 ‘진라거’를 최근 출시했다. 어메이징이 오뚜기 진라면과 함께 협업해 선보인 ‘진라거’는 독일산 스페셜 몰트를 사용해 진한 몰트의 맛과 향을 살린 라거 스타일의 맥주로, 착향료와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순수하고 진한 맥주의 맛과 향을 내는 정통 수제맥주다.
오뚜기 관계자는 “어메이징과 오뚜기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형 맥주 개발을 해왔다”면서 “이번 협업은 오뚜기 진라면이 국민라면으로 사랑받듯, 기본에 충실한 맥주를 선보인다는 의도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SNS 등에서는 “맥주에서 라면 맛이 날까” “김치랑 같이 먹어야 할 듯” 등 호기심 어린 반응 일색이다. 이제는 ‘라맥(라면+맥주) 시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젊은 세대와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빠삐코’를 컬래버한 ‘처음처럼 빠삐코’를 10월께 출시할 예정이다. ‘처음처럼 빠삐코’는 빠삐코 아이스크림의 흑색을 그대로 적용한 국내 최초의 흑소주로 탄생할 예정이다. 알코올 도수는 12도로 소주보다 낮다. 빠삐코 맛을 내기 위해 첨가물이 들어가 리큐르(혼성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달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한 리큐르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했다. 과일 리큐르 제품으로 ‘아이셔에이슬’에 이은 두 번째 컬래버 제품이다. 참이슬의 깨끗함에 메로나의 멜론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함이 더해져 색다른 맛을 구현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홍대, 신촌, 건대, 강남역 등 젊은 상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은 제한적인데, 코로나19로 유흥 채널 부진이 오래가고 있다”면서 “결국 홈술족, 소주의 경우 기존에 소외됐던 젊은 층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예 신제품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주력 브랜드와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과 협업하면 소비자들에게 ‘환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빅모델을 쓰거나 대면 마케팅을 하기 힘든 요즘이기에 협업 마케팅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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