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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이 운동해요" "강아지 급식 챙겨주세요"…별것 다 되는 동네 플랫폼, 일상이 되다[언박싱]
편의점, 동네 상권의 꽃으로
GS 배달 강화 주력, CU 생활밀착형
동네배달은 밤낮없어..심야까지 확대
당근, 거래 넘어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거대기업도 동네상권 주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30대 싱글족 A씨는 동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 퇴근 후 조깅을 시작했다. 당근 앱의 ‘동네생활’에 공지된 장소와 시간에 맞춰 나가면, “지금부터 뛰겠습니다”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맞춰 달리기 시작한다. 뻘쭘한 인사도 필요없고, 이름을 체크하지도 않는다. 동네 조기축구나 배드민턴 동호회처럼 끈끈한 인간관계로 발전할 일은 더더욱 없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중인 직장맘 B씨는 대형마트에 가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가까운 상점에서 배달시킬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해지면서 필요할 때 소량으로 주문한다. 대부분 1시간 안에 도착해 마트에 직접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앱에서 세일상품이나 1+1행사 알림을 받아 저렴하게 득템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반경이 좁아지며 동네 플랫폼이 일상의 부분이 됐다. 주말이면 거리와 상관없이 맛집을 찾아 다니고 휴가철에는 유명 관광지나 해외 여행을 즐겼지만, 이제는 생활권의 범위가 집을 중심으로 한 동네 상권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다. 지역기반 플랫폼은 동네맛집, 동네장보기, 동네알바, 부동산, 중고차 등 무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상거래 앱들도 지역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이미 동네 랜드마크로 격상된 편의점은 소매점을 넘어 세탁, 배송, 금융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까지 동네 유통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간이 아닌 분초를 다투는 ‘퀵커머스’ 전쟁이 한창이다.

“같이 운동해요” “알바 구해요”…진화하는 동네 플랫폼

대표적인 지역 기반 플랫폼 당근마켓은 최근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장하며 무한 진화중이다.

사용자들은 당근마켓을 일종의 ‘동네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카테고리에는 “오늘 삼겹살 같이 먹을 사람 구해요”, “퇴근 후 조깅해요” 등의 글이 시시각각으로 올라온다. “우리 냥이 찾습니다” 같은 반려동물을 찾는 게시물에는 이용자들이 ‘발견 위치’를 공유해가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올해 추석에는 “추석 연휴 3일간 강아지 운동과 급식 챙겨주세요” “반찬가게에서 전 부치는 알바 구합니다” 등의 이색 알바 글이 올라와 큰 호응을 얻었다. 동네 근처에서 해결하려는 이용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최근 GS리테일과 협업으로 선보인 ‘마감할인판매’ 서비스는 동네 주민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GS25, GS더프레시 등의 1만6000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땡처리하는 서비스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마감할인상품 매출은 서비스 시작 첫 주 대비 359.1% 신장해 4.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감할인세일에 참여하는 매장도 늘어 현재 GS25는 전체 매장의 80%, GS더프레시는 95% 이상의 매장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동네상권의 꽃 편의점, 퀵커머스 경쟁 가세

동네 소비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서 신흥 유통 채널로 떠오른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여세를 몰아 동네 배달서비스인 퀵커머스(즉시배송)에 주력하고 있다. 전국 4만 여개 매장을 물류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경쟁력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 6월 22일 자체 지역기반 배송 플랫폼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론칭했다. 오프라인 점포 상품을 반경 1.5㎞ 거리까지 도보로 배달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우딜’ 주문건수는 론칭 10일만에 10만건을 돌파하고 7월말 30만건, 8월말 49만건으로 급증했다. 전진혁 GS리테일 퀵커머스기획 팀장은 “편의점이 이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지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되다보니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지역민을 배달에 참여시키는 ‘우친(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 참여 건수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지난달엔 아예 배달앱 ‘요기요’를 인수하며 전국 단위 퀵커머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국 1만6000개에 달하는 편의점 점포를 기반으로 퀵머서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GS25와는 다른 양상으로 동네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배달은 자체앱 대신 배달앱 플랫폼과 협업을 진행하고, 대신 특수 점포에 공을 들이고 있다. CU는 세탁서비스, 의류 보관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함께 최근에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금융 특화 편의점을 선보였다.

이마트 24는 자체 앱 내의 배달서비스를 리뉴얼 작업 중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요기요, 네이버, 카카오톡을 통해서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달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자체 배달앱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UI/UX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도 배달 채널을 올해 안에 9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밤낮 사라진 동네 배달…심야까지 달려간다

편의점의 동네 배달은 심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반 점포가 문을 닫은 심야시간은 틈새시장이다.

CU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배달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 가능했던 서비스 이용 시간을 심야 주문이 많이 발생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했다. 현재 3000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CU의 올해 상반기 배달서비스 시간대별 이용현황을 보면 점심시간대(11~15시) 이용이 35.7%로 가장 많았고, 저녁시간대(19~23시) 28.9%, 오후시간대(15~19시) 25.4%, 심야시간대(23~06시) 10% 순으로 나타났다.

CU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심야 배달 수요가 높게 나타고 있다”면서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려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GS25도 지난해 8월부터 심야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폐점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심야시간대에 주문 가능한 메뉴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에 착안했다. 24시간 운영 플랫폼인 편의점의 강점을 살려 심야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커머스, 대기업도 동네 채널 강화

이커머스 강자들 역시 동네로 집결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9년 단건 배송인 쿠팡이츠를 론칭하며 단숨에 시장을 장악하더니, 최근에는 쿠팡이츠에 ‘마트’를 추가했다. 식료품부터 생필품까지 15분 안에 배달해준다는 컨셉으로 라면 한개, 음료수 한병도 주문할 수 있다.

티몬의 경우 동네 맛집·미용실·마사지숍 이용권을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지역 상품 선물하기’ 서비스가 지난해 론칭 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티몬에 따르면 브랜드 커피 쿠폰이나 프랜차이즈 선물에 식상해진 젊은 세대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유통 대기업인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소형 물류총괄대행 시설·MFC)를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30분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7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10월까지 시범 운영한 후 다른 점포로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진다.

SPC그룹은 자체 배달 플랫폼인 ‘해피오더’와 ‘파바딜리버리’로 그룹 계열사들의 동네 배달을 확장하고 있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8월 평균 배달 매출은 초기(2018년 9월)에 비해 15배 이상 늘었다. 배스킨라빈스는 8월 ‘해피오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샐러드전문점 ‘피그인더가든’의 6월 배달 건수가는 전년 대비 약 200% 증가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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