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하나씩 있지만…현재는 ‘실험 단계’
롯데백화점 MZ세대팀 ‘MTT’가 만든 여행 커뮤니티 '디그디그 액티비티' [디그디그 액티비티 공식 사이트]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달 서울 아차산 한 카페에서는 취미생활 커뮤니티 ‘디그디그 액티비티’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팝업스토어에서는 굿즈 상품과 쿠키가 한정 수량으로 팔렸다. ‘집 밖의 즐거움’을 찾아 떠난다는 디그디그 액티비티는 등산, 여행 등 야외활동을 소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하고 있으며, 팔로워 1만 8000여명을 보유 중이다. 언뜻보면 스타트업 같지만 실은 MZ(밀레니얼+Z)세대로만 구성된 백화점 직원들이 만들었다.
젊은 직원들을 믿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유통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히 사업 방향을 제안하는 수준을 넘어 MZ세대팀이 직접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획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MZ세대가 유통기업의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의 눈높이와 발맞춰 변신을 꾀하기 위해서다.
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MTT’는 올해 히든콘텐츠(운영하는 회사가 어딘지 숨기고 활동하는 콘텐츠) ‘디그디그 액티비티’를 운영 중이다. 사업을 기획한 팀은 별도로 선발된 20~30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다. 임원들에게 실무에 적용될 아이템을 제안하고, 통과될 경우 자유롭게 활동에 나선다. 디그디그 액티비티는 올해 선정된 사업으로, 9개월만에 자체 앱까지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커뮤니티 활동을 어떻게 수익 모델로 발전시킬지 고민 중이다.
더현대서울에 있는 나이스웨더 매장 [현대백화점 제공] |
백화점의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한 것도 평균 나이 29.8세로 구성된 MZ세대팀이다. 현대백화점 MZ세대팀 미래사업팀은 최근 편의점 콘셉트의 상점 나이스웨더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나이스웨더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현대백화점 매장에 입점을 시작했다. 나이스웨더를 시작으로 미래사업팀은 해외 브랜드의 국내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럭셔리·리빙·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백화점이 늘어나는 MZ세대 소비자를 포섭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면 편의점은 주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젊은 팀을 꾸리고 있다. GS25는 지난달부터 ‘갓생 기획’이라는 신상기획팀을 운영 중이다. 20∼30대 직원들이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팀으로 올해 6월부터 준비작업을 했다. 이마트24도 같은 달 ‘딜리셔스 비밀탐험대(딜탐)’ 활동을 시작했다. ‘딜탐’은 국내 다양한 지역의 맛과 문화를 경험하고, 가감없이 관련팀과 협의를 진행해 상품을 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만 아직까지는 MZ세대팀이 실험단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팀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사업 제안의 경우 내부 절차를 거쳐 가능성 있는 사업만을 소규모로 진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핵심 사업을 주도한다기보다 가능성 있는 사업들을 실험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전체 직원 중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만큼 앞으로도 MZ세대팀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임원들에게 최신 유행 및 트렌드를 역멘토링 하던 MTT가 이제는 새로운 조직문화로 정착하며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MZ세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업계의 혁신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