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마진을 높여라
김용 대표, “한식의 맥도날드화가 목표”
로봇 부품의 모듈화·시스템 통합 과제
지난 29일 서울강남구에서 한식로봇주방 ‘봇밥’을 오픈한 김용(34)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로봇이 튀기는 치킨, 로봇이 내리는 커피에 이어 이젠 한식의 ‘손맛’을 대체할 로봇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한식집 ‘봇밥’에서는 로봇팔 ‘바비’가 사람 대신 찌개를 끓인다. 키오스크로 주문이 들어오면 종업원이 버튼을 누른다. 바비가 스테인리스 뚝배기를 들어 올려 스마트 인덕션에 올려놓으면 3분 30초 동안 찌개가 조리된다.
“한식은 양식, 중식에 비해서 업무 강도는 정말 높은데 마진이 거의 안 남아요. 사람들 인식에 한식은 적어도 밑반찬 3개에 국까지 나와야 되거든요. 좁고 더운 제철소와 다름없는 주방에서 직원들도 지치고. 그래서 한식에 로봇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죠”
지난 28일 ‘봇밥’의 사장이자 푸드테크 스타트업 케이푸드텍 대표 김용(34) 씨는 한식로봇주방을 차린 이유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년 전부터 한식로봇주방 사업을 구상했다. 강남에서 배달의민족 맛집 랭킹에 까지 이름을 올린 한식집을 운영하다가 한식 요식업의 한계를 느낀 계기가 컸다. 15평 남짓한 가게에서 월 매출 32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직원들 6명의 월급을 주고 나면 세금을 내기도 팍팍할 정도로 영업이익률이 빠듯했다. 좁은 주방에서 직원들 끼리 자주 부딪히다 보니 그만두는 일도 잦았다.
사업을 위해 김 대표는 맥도날드 매장, 배민 라이더로 일하며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 노하우와 플랫폼 IT 기업의 발빠른 변화를 익혔다. 그러다 이듬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시장검증형 혐동로봇 서비스 지원 사업’에 선정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지난 8월 초 봇밥1호점을 오픈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일부 손님들은 “한식은 손맛이다”, “음식에는 영혼을 담아야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식의 글로벌 프랜차이즈화를 구상하는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봇밥은 미슐랭 스타의 한식집 대신 보편적 소비재로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식을 추구한다.
김 대표는 “잘나가는 한식당에서 요리 잘하는 주방 직원 한 명만 나가도 타격이 크다”며 “봇밥은 한식의 손맛 대신 균일함에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유명한 한식집이라도 주방 조리사 한 명이 코감기에라도 걸리면 음식 간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운 것처럼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부 손님들의 우려와 달리 봇밥의 재방문율과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9월 하루 평균 다녀간 손님은 100여명으로, 일 매출은 평균 90만원이다. 재방문율 역시 오픈 첫주 7%에서 5주 뒤 21%까지 급증했다.
오는 1월에는 주문과 조리, 서빙까지 통합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봇밥 2호점도 준비 중이다. 80평(264㎡) 가량되는 매장에는 국을 끓이는 ‘바비’외에도 로봇팔 5대가 추가로 비치된다. 키오스크에서부터 조리 로봇에게 자동으로 주문이 접수되고 요리까지 수행하는 시스템 통합을 구축하기 위해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밖에도 칵테일 로봇인 ‘소맥봇’, 춤추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콘셉트의 복합 문화 공간이자 스마트키친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 1호점을 자율주행 레벨 1단계에 비유한다면 2호점은 자율주행 4단계처럼 전 단계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키오스크, 로봇, 서빙 로봇의 시스템 통합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바비는 국내 레인보우로보틱스사의 RB-3모델을 활용한 로봇이며 한대 당 가격은 약 2500만원에 달한다. 한 달 기준 352시간 일하며 시간당 최대 100개 이상 찌개를 조리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비는 약 3000개의 찌개를 끓이며 오작동을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봇밥'에서는 바비를 직원 한 명 만큼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개 점심시간에 쌓아둔 뚝배기 그릇을 직원 2~3명이 전담해 끓이는 국밥집과 달리 국과 함께 볶음 요리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매장마다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사람으로 따지면 바비는 현재 직원 0,3명 노릇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사람이 버튼을 누르고 찌개에 들어갈 재료도 사람이 소분 해야하기 때문에 자동화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로봇팔과 스마트인덕션, 조리된 찌개를 두는 피더기 등 큰 부피의 로봇을 주방으로 들여오는 일은 한식로봇주방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협동로봇 도입의 핵심은 “주방을 로봇에 맞추는 것이 아닌 로봇이 주방에 맞춰야 하는 데에 있다”고 역설했다. 또 이 과정에서 ‘모듈화’가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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