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호텔군 총괄대표에 외부출신 파격 발탁
실적 부진 딛고 혁신, 조직문화 개편에 중점
실행력 제고 위한 HQ 중심 조직개편 단행
롯데가 유통 부문 수장으로 외부인사를 사상 처음으로 기용하는 등 파격적인 인재영입과 성과주의 원칙에 기반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내정 부회장, 안세진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부사장.[롯데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롯데가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및 호텔 부문의 수장으로 외부 인사를 파격적으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유통명가’ 롯데가 최근 몇년 사이 실적 부진으로 자존심을 구기다보니 외부수혈을 통해 조직 문화부터 완전히 바꾸겠다는 각오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 온 초핵심 인재 확보 기조에 따른 것이다. 내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모으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변화에 유연한 조직을 갖추는 것까지가 신 회장의 큰 그림이다.
다음달 1일자로 시행되는 롯데그룹의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외부인재의 파격 영입이다. 유통HQ(헤드쿼터)는 30여년 간 P&G에 몸담았던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가 이끈다. 롯데가 유통 총괄 대표로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은 1967년 한국 사업을 시작한 이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도 신세계 출신으로 3년 전 롯데GFR 대표로 영입된 정준호 대표(부사장)가 맡는다. 백화점 역시 외부 출신 대표 기용은 처음이다. 정 대표의 영입으로,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e커머스, 슈퍼 등 4개 사업부 중 슈퍼를 제외한 3개 부문을 외부인이 맡게 됐다. 올해 4월부터 e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고,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부사장)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친 뒤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롯데 제공] |
호텔HQ도 신사업 전문가인 안세진 사장을 영입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주도적으로 맡을 것으로 전망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해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는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부진한 유통 계열사 수장을 대폭 물갈이하는 동시에 승진 임원(82명)과 신임 임원수(96명)를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화학BU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과, 그룹의 혁신 기반을 다지고 있는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롯데가 파격적이라고 할만큼 외부인사를 전면에 기용한 것은 그만큼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쟁사들이 수혜를 입은 것과 대조적으로 롯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백화점에서는 신세계가 명품 경쟁력을 앞세워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보복소비 수혜를 입은 반면, 대중적인 점포가 많은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마트 역시 온라인으로 대거 수요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발 늦은 디지털 전환이 문제가 됐다.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매출은 4조66억원으로 전년대비 2.4% 줄었고, 영업이익(289억원)은 73.9%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롯데백화점 제공] |
롯데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조직쇄신 메시지를 던지면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내부 원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인사 발표 직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여전히 롯데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가는 핵심에는 지난 3년간 지켜봐 온 직원들의 롯데도 할 수 있다는 정신, 내부 자신감 회복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10년 전에 통했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미래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오프라인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롯데는 향후 최대한 실행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롯데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지난 2017년 3월 도입한 BU(비즈니스유닛)을 없애고, HQ체제로 개편한 것도 조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룹 내 계열사를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나누고, 이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쇼핑·호텔·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춰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사업을 이끌게 된다.
특히 HQ체제는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추가적으로 구매, IT, 법무 등의 HQ 통합 운영도 적극 고려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조직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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