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 원유 생산 감소로 이어져 ‘생크림 품귀’
홀스타인 젖소 수, 10년 만에 가장 적어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제빵업계가 케이크에 들어가는 생크림 공급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123rf]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금 예약 주문 케이크가 많아서 생크림을 구해야 하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네요. 여유 있으신 분들은 꼭 좀 연락 주세요.’
생크림 품귀 현상으로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카페·베이커리 사장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대목에는 동물성 생크림 수요가 늘면서 품절대란이 있었지만 올해는 ‘기후위기’에 따른 나비 효과로 원유 공급이 줄자 생크림 품귀 현상이 더 심해졌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를 비롯한 우유업계는 원유 공급 감소로 동물성 생크림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500㎖ 한 팩에 3000~4000원하던 동물성 생크림이 최근 4000~7900원으로 치솟았다. 수도권 일부 지역, 부산, 광주의 우유대리점과 네이버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채널에서는 생크림이 아예 동이 나기도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광주 지역에서는 대리점에서 생크림 안 주고 본사에서 거래를 중단했다’며 ‘크리스마스케이크 예약 주문받아 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베이커리 사장은 ‘생크림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며 ‘전국적으로 이런 난리가… 다들 생크림 구하셨나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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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크림대란은 지난여름 이상 고온으로 낙농가 홀스타인젖소 수가 감소한 탓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네덜란드의 추운 지방 출신인 홀스타인젖소는 높은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더운 여름에는 착유량이 줄고 겨울에는 지방이 풍부한 높은 품질의 원유를 생산한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철 이상 고온으로 원유 생산이 줄고 더위에 죽은 젖소들이 늘었다. 10월까지 30도를 웃도는 이상 기온에 원유 생산 감소 타격이 겨울까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낙농진흥회 가축사육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젖소 총사육 두수(40만357마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75마리 줄었다. 지난여름인 2분기(4~6월) 젖소 수는 39만9680마리로,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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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생산량도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6월 15만3888t이던 생산량은 ▷7월 14만8924t ▷8월 13만9729t ▷9월 12만8149t ▷2021년 10월에는 12만2877t까지 감소했다.
우유업계는 통상 가을에서 겨울에 ‘우유 1+1’ 할인행사를 할 만큼 공급이 남아 돌지만 올해는 원유 공급이 부족해 적극적 마케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크림도 원유에서 지방을 분리해 얻기 때문에 올 크리스마스대목 ‘생크림대란’은 원유 공급 부족 탓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생크림은 우유와 비교해 유통기한 및 보관기간이 짧아 재고 축적이 어렵다는 점도 품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는 생크림 수요가 급격히 늘어 품귀 현상을 빚었지만 올해는 특히 원유 공급까지 부족한 상황”이라며 “원유는 재고를 비축할 수도 없을뿐더러 올해는 우유 생산량도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철 이상 고온이 계속되니 농가에서 더위에 죽는 젖소도 많았고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로 원유 생산량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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