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QR인증을 돕고 있는 마트 직원 [헤럴드DB] |
고객의 QR인증을 돕고 있는 백화점 직원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아직은 방역패스가 있어야 들어가실 수 있어서요….” (A 백화점 관계자)
서울행정법원이 서울 지역 대형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14일. 그러나 이날 저녁까지 백신 미접종자는 여전히 서울 여의도에 있는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에 입장할 수 없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방역당국 지침이 아직 안 와서요. 내일부터는 들어가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도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방역패스 없이도 출입이 가능했다. 서울 내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방역패스 해제 시점간 차이가 나타났다. 방역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 서울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혼란은 더 했다. 임신부들이 모여 있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역패스 효력 없다’고 법원 판결 났던데, 이거 서울만이죠? 대전에 있는 백화점은 갈 수 있는 건가요?”, “주말에 파주에 있는 OO마트 갈 수 있는 건가요?” 등 수십 건의 문의글이 분 단위로 쏟아졌다.
같은 시각.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방역패스 없이 백화점·대형마트 입장이 여전히 불가능했다. 서울 지역에만 한정해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는 항의성 민원이 쏟아지는 상태다.
국내 방역패스 해제 적용 지역, 해제 시점 등이 서로 달라지면서 현장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1%도 되지 않는 임신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백화점·대형 마트 측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최대한 혼란 없이 안내하겠다”고 설명하지만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오락가락 지침뿐만 아니라 방역패스 효력을 두고 법원 판단조차 엇갈리면서 백화점·대형마트 운영 자체에 대한 혼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QR코드 인증 인력을 늘려야 해서 부랴부랴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계약 기간을 조정해야 했어요. 그런데 주말 사이 방역당국이 ‘아직 정부 발표를 기다리라’고 하니까, 저희는 바로 방역패스 해제를 못했죠. 그래서 다시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기간을 좀더 연장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서울에 위치한 A 백화점 관계자)
“방역당국의 대형마트 방역패스 첫 적용(10일)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마다 방역패스 가이드라인이 다 달랐어요. 계도기간이니까 백신 미접종자를 들여 보내도 된다고 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이 기간이라도 미접종자는 안 된다고 하는 지자체도 있었고요.” (B 대형마트 관계자)
끝내 17일 오전 정부가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을 전국적으로 해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법원 결정에 따른 조치이긴 하나 대형마트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한 지 일주일 만에 철회하면서 정부가 방역 정책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방역패스 효과와 적용 범위, 시점 등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정교하지 못한 방역 정책으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방역패스와 관련해 현재 법원이 심리하는 행정소송은 여전히 6건에 달한다. 헌법재판소에도 4건의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