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콘텐츠 커머스 진화 맞물려
앱 매거진으로 진화
“온라인 유통 채널, 강력한 ‘스토리’ 필요”
지난 2020년 패션 잡지 ‘그라치아(GRAZIA)’ 한국판이 창간 7년 만에 사실상 폐간 수순을 밟으면서 종이 잡지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패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자사 앱 내에 잡지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종이 잡지가 일부 모바일 형태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그라치아코리아]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20년대 들어 길을 잃었던 종이 잡지가 e커머스 붐과 함께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e커머스 플랫폼이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콘텐츠 커머스’로 진화하면서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글·사진 중심의 잡지 카테고리를 전면 배치하며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머스트잇, 트렌비, 헬로네이처 앱 매거진 |
4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명품 전문 e커머스 업체인 머스트잇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자사 앱 내에 ‘10분 순삭 매거진’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머스트잇 마케팅팀 내에 전담 에디터와 외부 고정 필진이 명품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아티클을 직접 작성해 최소 주 1회 간격으로 업로드 하는 식이다. 콘텐츠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해당 코너를 모바일 페이지 메인으로 전면 배치했을 정도다.
트렌비도 자사 앱 내에 ‘매거진’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의 컬러, 베리 페리를 입는 법’, ‘〈에밀리 파리에 가다2〉 속 3인 3색 스타일’ 등 스타일 제안부터 자사 내 입점돼 있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담아낸 아티클을 월간 6~8건 정도 발행 중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는 100여명에 달하는 미디어 콘텐츠 관련 인원을 배치해 입점 브랜드 중심의 이야기가 담긴 온·오프라인 ‘무신사 매거진’을 발간하고 있다.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로 증정하는 오프라인 책자는 이날 기준 누적 250만부 발간을 넘겼다. 지난 3일부터는 콘텐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무신사 회원 누구라도 패션 크리에이터가 되서 스타일링 콘텐츠를 업로드 할 수 있도록 ‘무신사 스냅’ 코너도 개편했다.
신선식품 온라인 푸드몰인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도 자사 앱 메인에 ‘매거진’ 카테고리를 배치해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부터 미식 가이드까지, 레시피·탐험노트·라이프스타일·키친가이드 등 영역에서 관련 아티클을 게재하고 있다.
무신사 온라인 매거진 |
특히 e커머스 앱에서 볼 수 있는 매거진은 기존 종이 잡지와 달리, 해당 모바일 페이지 내에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 연동돼 있다. 이런 점에서 아티클은 독자가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독자가 소비자로 바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e커머스 플랫폼이 잡지의 영역까지 품는 것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락인 전략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고객의 시간을 점유해 브랜드 생태계를 강화하는 차원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 e커머스 시장이 1세대 ‘온라인 커머스’를 거쳐 2세대 ‘모바일 커머스’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3세대인 ‘콘텐츠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단순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 채널로만 브랜드가 비쳐선 안 된다”라면서 “새로운 가치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전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가 항상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모든 중심에는 ‘스토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잡지를 비롯한 예능·다큐멘터리 영역까지 커머스 플랫폼이 콘텐츠 영역도 일부 직접 흡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