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판으로 중앙 아시아·유럽 수출 계획 차질
러시아 내수 시장 축소 전망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식품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공장 가동에는 당장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는 있지만 추후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시장 확장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오리온, 팔도, 롯데제과 등은 현지 생산·판매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재고 확보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러시아의 국민 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팔도는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당장은 현지에서 거래하는 은행이 스위프트 차단 리스트에서 제외돼 결제 대금 지불에 문제가 없으며 러시아 수출 제재 품목에 식품은 해당하지 않아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팔도 측은 러시아 추가 제재로 인한 스위프트 차단이 확대될 수도 있으며 수요 이전 효과로 밀가루 가격 전반 오를 수도 있어 긴장 중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원부자재 3개월치를 미리 확보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하며 그동안 오리온 러시아 매출을 견인했다. 오리온의 러시아 법인 매출은 2019년 772억원, 2020년 890억원에서 지난해 117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법인을 통해 부자재를 수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아울러 오는 5월 준공 예정인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에 들어서는 신공장 준공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에 약 340억을 투자하고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확대한 롯데제과도 원부자재의 비축분을 늘리고 단가 인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현지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회사의 성장 전략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오리온은 러시아 신공장에서 초코파이 공급량을 연간 10억 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발판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동반되면서 수출 확장은 어려워 보인다.
롯데제과도 앞서 ‘몽쉘’을 올해 상반기 안에 선보이고 이를 통해 러시아 현지에서 20% 이상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원자재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가 밀가루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확대가 어려워졌다.
제과업계 대부분이 러시아 내수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제재 심화로 러시아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내수 위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서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가 장기간 지속되면 러시아 내수 시장에 중심을 두는 기업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제과 산업은 통상 원료 수 개월치를 미리 확보 해두는 편이어서 다른 산업에 비해 받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늦을 것”이라면서도 “향후를 대비 대응책 마련 중이며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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