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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박날 줄 알았는데, 탈출각 잽니다”…1년도 안돼 ‘무인 밀키트’ 쇠락, 무슨 일이 [언박싱]
한 프랜차이즈 무인 밀키트판매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오늘 매출 5만원입니다. 지난달 마이너스 150만원 찍었습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밀집된 ‘항아리 상권’에서 반 년 넘게 운영했는데 ‘탈출각’ 재고 있어요. 양심상 양도 안 하고 임대 내놓습니다.”

“15평 규모에 월 임대료 180만원으로 4개월째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했어요. 재구매율이 현격히 줄었습니다. 두 달 만에 1㎞ 내에 무인 밀키트매장 세 곳이 더 생겼는데 같이 망하겠다 싶네요. 피눈물 흘리고 장사 접습니다.”

‘무인 밀키트판매점’ 창업 붐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기조와 함께 외식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무인 밀키트판매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다. 편의점은 물론 배달의민족 ‘B마트’ 배달서비스가 상품 구색을 확대하면서 밀키트 수요를 대체한 영향도 크다.

18일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50건에 달하는 무인 밀키트판매점 양도글이 게재됐다. 지난해 9월 단 한 건의 양도글이 게재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 지난 직후인 12월 초부터 양도글이 점차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2~3일에 한 번꼴로 관련글이 올라오고 있다.

매도·양도 사례를 보면 판매점 개점 50여일 만에 점포를 양도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5000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에 무인 점포를 개장하고도 넉 달 만에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요식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초만 해도 무인 밀키트판매장은 1억원 이내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할 수 있어 각광받는 창업 아이템이었다. 정보기술(IT)을 장착한 스마트자판기가 개발되면서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해 인건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무인 밀키트 창업열기를 더했다.

대단지 아파트를 배후 수요로 둔 상가 건물에는 반찬, 치킨, 떡볶이 등 가게 대신 무인 밀키트판매장이 들어섰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만 해도 A업소 인근 500m 거리에 다른 밀키트판매점 두 곳이 이미 영업 중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인 밀키트시장은 현재 56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확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는 벌써 가맹점 300호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맥세스컨설팅에 따르면 무인 밀키트판매점의 하루평균 매출은 20만~30만원 선으로 추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밀키트를 판매하는 마트나 편의점, 온라인커머스와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올해부터는 외식 수요까지 회복되고 있다”며 “대만 카스테라, 인형뽑기, 수제핫도그 매장처럼 일시적 유행 따라 우후죽순 생긴 무인 밀키트판매점이 앞으로 더 많이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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