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좋은 최고 인기부위로 엄선한 고가세트
최상위 등급 참조기는 한마리에 30~40만원
300만원에 선보이는 프레스티지 No.9 명품 한우 기프트. [롯데백화점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명절을 앞두고 300만원 한우선물세트나 400만원짜리 굴비선물세트 출시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가격에 놀라게 됩니다. 물론 수천만원짜리 와인세트도 있지만, 한우나 굴비가 익숙한 식재료다보니 체감상 놀라움이 큽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명절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선물의 인기가 높아져왔는데 올해 고물가 시대에도 이런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양극화도 뚜렷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흔히 보기 힘든 프리미엄 선물, 대체 왜 그렇게 비싼지 궁금해서 따져봤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선보인 고급 한우선물세트를 알려면 먼저 ‘넘버나인(No.9)’을 알아야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대개 한우를 두고 ‘원뿔’(1+), ‘투뿔(1++)’ 로 구분하는 것까지만 하는데, 초고가 한우는 투뿔 뒤에 넘버나인이 추가로 붙습니다. 넘버나인은 쉽게 말해 투뿔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근내지방도)이 더 좋은 등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인들이 마블링 함량이 높은 고기를 선호하다보니 넘버나인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현재 소고기 등급 기준은 2019년 12월부터 변경된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마블링 함량을 높이기 위해 사육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지고, 건강을 생각해 지방함량이 적은 고기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투뿔 고기의 마블링 기준을 낮추고, 다른 평가 요소를 강화했다고 합니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 개선을 위해 고기의 품질을 나타내는 육질등급(1++, 1+, 2, 3)에서 1++등급과 1+ 등급의 근내지방도(%) 기준을 조정하고, 평가 항목(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 등) 각각에 등급을 매겨 그 중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적용하는 최저등급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지방함량 커트라인 기준을 당시 17% 이상에서 15.6% 이상으로 낮추긴 했는데, 마블링에 따라 다시 넘버 7, 8, 9 등급으로 나누게 됩니다. 결국 1++ 이 되는 마블링 함량 기준은 낮췄지만, 다시 세분화하다보니 여전히 마블링이 가장 좋은 넘버나인이 사랑받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지방함량을 보면 넘버9은 19% 이상, 넘버8은 17% 이상, 넘버7은 15.6% 이상으로 구분됩니다.
최상위 등급이다보니 투뿔 넘버나인 고기는 가격도 비쌉니다. 소고기 도축 물량 중 7%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만큼 당연히 가격도 비싸겠지요. 300만원짜리 선물세트를 기준으로 하면, 무게가 8.4kg으로 1Kg에 30만원대 가격 수준입니다. 다만 가장 등급이 높은데다 꽃등심, 안심, 채끝, 살치살 등 인기가 높은 부위로 엄선돼있어 평소 시세대비 과도하게 비싼 수준은 아닌 듯 합니다.
400만원에 출시한 명품 영광 법성포 굴비 기프트 元(원).[롯데백화점 제공] |
한우를 넘어 400만원짜리 굴비세트도 가격의 비밀이 궁금합니다. 10마리가 들어있는데, 한마리에 40만원이라니 놀랄만한 가격입니다. 굴비 10마리 구성에 10만원대 선물세트 상품도 많은데, 거의 수십배가 비쌉니다.
고급 굴비의 가격이 비싼 것은 무엇보다 크기가 크고 희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초고가 굴비세트에 들어가는 상품은 11~12월에 잡은 살이 가장 단단하고 기름진 겨울 참조기 중에서도 아주 극소량만 어획되는 마리당 400g 내외의 큰 참조기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또다른 백화점이 판매하는 35㎝ 이상 특대 크기 최상위 등급 참조기만을 선별해 전통 섭간 방식으로 염장한 10마리 세트 제품의 경우에도 가격이 350만원이나 됩니다.
물론 아무리 비싼 선물이 많이 나와도 보통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또 프리미엄 선물의 인기가 추석 선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지도 못합니다. 백화점을 벗어나, 대형마트나 이커머스로만 눈을 돌려도 5만원 이하 가성비가 좋은 선물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무엇보다,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요. 선물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즐거운 한가위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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