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일환…공식 일정 정해진 바 없어” 해명
6일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 라이트닝 쇼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 일요일인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1000평 규모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민 ‘H빌리지’에서 6000개 조명을 활용한 라이트닝 쇼가 펼쳐졌다. 웅장한 캐럴 음악에 맞춰 크리스마스 트리에 수놓아진 조명이 화려하게 명멸했다. 현대백화점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던 쇼가 예고 없이 재개된 것이다.
이날 라이트닝 쇼 영상과 사진은 네이버 카페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됐다. 댓글에서는 이태원 참사 1주일 만에 라이트닝 쇼가 재개된 시점을 두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일었다.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추모와 애도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음악과 공연도 애도의 한 방식”이라는 입장이 서로 맞부딪치면서다.
하지만 8일 현대백화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테스트 차원의 운영이었을 뿐, 공식 재개는 아니다”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이른 지난달 27일부터 크리스마스 단장 행사를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재 이와 관련된 모든 일정을 보류한 상태다.
라이트닝 쇼 오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찬반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백화점업계 간에는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쇼핑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두고 대대적인 마케팅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오프라인 집객 효과가 큰 크리스마스 점등 행사를 기약 없이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 [신세계백화점 제공] |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 모두 크리스마스 행사 관련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는 게 공식 설명이다. 지난해 경우 11월 중순부터 관련 행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엔데믹 국면으로 완전히 접어들면서, 지난해보다 2주가량 앞당긴 11월 초에 크리스마스 행사를 일찍이 오픈하는 것으로 준비됐다. 당초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3일부터 연말 맞이 외관 장식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직후 일정을 무기한 미뤘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섣부르게 크리스마스 행사를 먼저 시작하면 사회적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라며 “연말에 진행되는 모든 행사 일정도 수시로 재검토 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부터 물밑에서는 백화점 3사간 크리스마스 비주얼 전쟁이 한창이었다. 보통 이동 인구가 적은 심야·새벽 시간대에 테스트가 진행됐을 정도다. 철통 보안 속에 마무리 작업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지난해 장식한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는 ‘인증샷 성지’로 부각되며 간접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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