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설 선물세트 사전예약도 ‘최장기’ 세일
고강도 긴축에 소비 심리 눌려
“더 늦기 전에…할인전 시작일은 최대한 빨리”
이마트 성수점 완구 매대에서 직원이 ‘크리스마스 완구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통상 12월 3주차부터 크리스마스 할인 행사를 전개한 유통업계가 올해는 이보다 앞선 12월 2주차로 행사 시작일을 당겼다. 이에 따라 행사 기간은 평년보다 5~8일가량 늘어났다.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시작된 할인 행사도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졌다. 할인 폭도 최대 90%로 커졌다. 2023년 설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도 1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42일간 진행된다. 지난해(35일)보다 일주일이 더 늘어난 것이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 설 명절 선물세트까지 정기 할인행사 기간이 올해 유난히 길어진 배경에는 고물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할인 혜택 적용 기간을 늘리고 할인 폭을 키웠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지갑 닫히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훨씬 크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이상 소비자들이 통 크게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량만 받춰준다면 행사 시작일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온다”고 했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내년은 한계 판매자들이 발생하는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올 겨울 아우터 매출로 ‘(내년도 매출을) 미리 바짝 땡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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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예상보다 10월 소비 경기가 선방했는데, 블랙프라이데이 소비가 한 달 앞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상반기까지 쌓아둔 악성 재고를 블랙프라이데이 전에 미리 털어내도록 세일 시작일을 앞당기면서, 11월에 발생할 블랙프라이데이 소비를 미리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8일부터 25일까지 18일간 ‘크리스마스 완구 대전’ 행사를 펼치는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16일부터 26일까지 11일간 행사가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일주일 일찍 행사가 진행됐다. 티몬은 이마트보다 하루 빠른 7일부터 무려 31일까지 역대 최장기간 ‘메리 크리스마스 기획전’을 연다. 컬리도 앞서 5일부터 ‘컬리스마스 마켓’ 기획전을 개최, 2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과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상황에서는 연말 소비효과 프리미엄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개별 종목별로 수혜주가 두드러지게 된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고강도 긴축과 소비 둔화 가능성이 선반영되면서 예년에 비해 기대감이 낮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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