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2023년 봄·여름 ‘바시티 컬렉션’을 올 시즌 글로벌 모델인 걸그룹 에스파가 소개하고 있다. [F&F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중국과 미국 리오프닝을 맞아 국내 스트리트·아웃도어 패션 기업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소비침체로 실적을 우려하는 패션 기업들과 달리 올해부터 이들은 동남아시아 등 본격적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가며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F&F가 전개하는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 MLB는 1월 캄보디아에 1호 매장을 열며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F&F는 베트남 유통사인 ‘마이손 리테일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MRMI)’와 파트너십을 맺고 캄보디아 프놈펜의 쇼핑몰인 이온몰에 MLB 매장을 오픈했다.
아울러 F&F는 중국 내 MLB 매장을 800개에서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F&F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에 이어 올해에는 필리핀·인도네시아 시장에 추가로 진출한다.
그동안 중국 시장은 나이키·아디다스도 맥을 추리지 못해 ‘글로벌 패션 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렸다. 이런 중국에서 F&F가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 덕분이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라이선스를 계약해 전개하는 브랜드다. F&F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에 MLB 명품 브랜드가 주로 사용하는 ‘로고 플레이’ 전략을 사용했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MLB 브랜드가 캐주얼한 ‘명품’으로 각인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APR이 전개하는 널디도 올해 중국과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APR은 현재 52개인 중국 내 널디 매장 수를 올해 80~100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에 따라 호치민 지역의 추가 매장과 하노이 지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이외에도 동남아 국가 추가 진출도 고려 중이다.
APR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인 MRMI가 베트남 외에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도 영향력이 있는 만큼, 동남아 추가 진출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널디의 경우 K-팝과 K-콘텐츠 인기를 타고 중국과 일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널디 브랜드의 해외 매출 약 500억원 중 국내 면세점을 통해 집계된 중국인 다이공 매출만 약 350억원에 이른다.
국내 브랜드를 전개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국내 패션 기업도 있다. 바로 영원무역이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등에 생산법인을 두고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약 40여 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주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영원무역은 작년 4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3조90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51억원으로 88.7%나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는 침체됐지만 미국과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해 패션 기업 내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며 “해외 시장 비중에 따라 올해 기업의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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