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국 누리꾼 데구치 SNS에 악플 테러
데구치 “(악플을) 퍼부을 필요는 없지 않나”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는 1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에게 전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데구치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석연치 않은 위장 공격 판정으로 한국의 허미미(22·경북체육회)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데구치(29·캐나다)가 쏟아지는 악플에 자제를 호소했다.
데구치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일본어와 영어로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에게 전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그는 호소문에서 “댓글을 보니 슬픈 마음이 들어 상대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쏟아지는 악플에 “당신들이 아끼는 선수를 지키려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국가도, 어떤 선수도, 어떤 사람들도 의미 없는 싸움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겨누고 그 말을 퍼부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허미미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왼쪽부터 은메달 허미미·금메달 크리스타 데구치·동메달 후나쿠보 하루카·사라레오니 시지크. [연합] |
데구치는 30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허미미에게 반칙승을 거두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허미미는 적극적인 공격을 퍼부은 반면 데구치는 공격 대신 심판을 바라보는 등 방어를 택했다. 결국 허미미는 ‘위장 공격’ 판정 3개가 누적돼 패했다.
허미미와 데구치의 결승전은‘위장 공격 판정 논란으로 내내 잡음이었다. 위장 공격이란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 그런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말한다. 보통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다만, 위장 공격 규정이 유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유도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허미미처럼 업어치기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에게 불리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에서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위장 공격으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쏟아진 논란에 당사자인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며 담담하게 대응했다.
오히려 승자인 데구치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어려운 질문”이라며 “유도를 위해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데구치는 일부 한국 누리꾼이 남긴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이 가세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에 데구치가 직접 글을 남기게 된 것이다.
올림픽에 진심이라는 이유로 한국 누리꾼들이 상대 선수의 SNS에 몰려가 악플이나 협박 메시지를 남긴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한국 국가대표 최민정과 충돌한 캐나다 국가대표 킴 부탱의 SNS에 살해 협박을 비롯한 악플이 달려 경찰이 조사하기도 했다.
notstrong@heraldcorp.comal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