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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올림픽의 또 다른 국대, ‘한국경찰’ [파리2024]
[파리의 한국경찰, 명윤정 경위 인터뷰]

韓, 프랑스에 안전지원단 파견
프랑스 등 외국경찰과 합동 순찰
K경찰 대표하며 범죄예방 활동
바게트·김치 나누며 문화 교류도
2024 파리 올림픽 치안을 위해 프랑스 현지에 파견된 한국 안전지원단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사크레쾨르 성당 인근에서 프랑스·브라질 경찰들과 순찰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안효정 기자, 김도윤·차민주 수습기자] “기차역에서 4살짜리 프랑스 아이가 목놓아 울고 있는데 현지 경찰들도 어쩔 줄 몰라 곤란해하더라고요. 제가 스마트폰으로 ‘아기상어’ 노래를 틀어주니 울음을 그쳤어요.”

프랑스 아이에게 ‘핑크퐁 아기상어’ 노래를 들려준 건 놀랍게도 한국 경찰 근무복을 입은 명윤정 경위(고양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였다. 낯선 한국어 가사였지만 멜로디가 반복되자 아이는 관심을 보이더니 어느새 울음을 그쳤다. 놓쳤던 부모를 찾아 아이를 인계했다. 명 경위는 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지난달 파리로 파견된 한국 경찰의 일원이다.

명 경위를 포함한 14명의 한국 경찰관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중 파리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정부가 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경찰력 파견을 요청했고 우리 경찰청이 화답했다. 한국을 비롯해 44개 나라에서 온 2400여명의 경찰관들이 파리에서 임무 수행 중이다. 올림픽 경기장에선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뛰고, 경찰들은 경기장 밖에서 나라를 대표해 일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올림픽 기간 중 파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명윤정 경위를 지난 1일(한국시간)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명윤정 경위가 혼잡한 역사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 [명윤정 경위 제공]
프랑스·UAE 경찰과 합동순찰…하루 2만보는 기본

프랑스 파리 노드역(북역), 몽파르나스역, 생라자르역, 리옹역 등이 우리나라 경찰의 주요 근무지다. 4개 역은 환승역이라 내부 동선이 복잡하고 유동인구가 많다. 비교적 사건사고도 잦다.

명 경위는 생 라자르역을 중심으로 순찰한다. 이 구역엔 한국 경찰 2명과 아랍에미리트(UAE) 경찰 3명, 파리 경찰 14명이 배치됐고 프랑스군 소속의 군경찰들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작은 팀으로 나뉘어 근무를 한다. 역 대합실, 광장, 플랫폼, 역 근처 백화점과 쇼핑몰을 샅샅이 돌며 범죄 예방 활동을 한다. 만보기에 찍힌 숫자가 2만을 넘지 않는 날이 없다. ‘범죄 의지’를 꺾고자 한꺼번에 10여명의 경찰이 모여 역 개찰구를 지키기도 한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청 인근에서 폴란드에서 파견 된 경찰들이 수색 탐지견과 함께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 주변을 보안점검하고 있다. 2024.7.20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찰들은 올림픽 기간 중 테러 범죄 예방에 집중한다. 기차역은 워낙 사람이 몰리는 장소라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폭발물도 경계한다. 주인 없는 가방이 발견되면 곧바로 경찰견을 앞세운 대테러 부서를 호출해 확인한다. 역에 수상한 가방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명 경위가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대비했던 범죄는 흉기 범죄다. 지난 2월 파리 리옹역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나 시민 3명이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소매치기, 마약 방지도 주요 업무다. 특히 아시아인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치기가 많다. 프랑스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명 경위는 “고가의 브랜드가 표시된 쇼핑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검은 비닐봉지에 넣는 것도 소매치기 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마초는 한국인이 눈뜨고도 당할 수 있는 범죄다. 한국에선 대마초가 불법이라 한국인 중 대마초 냄새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명 경위는 “프랑스에서 누군가 담배를 권한다면 혹시 모르니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음료수도 뚜껑이 제거된 병에 담긴 것이라면 마시지 않는 편이 신변에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말 달라도 ‘같은 종족’…김치·잠봉뵈르 나누며 우정
명윤정 경위가 파리 시내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명윤정 경위 제공]

명 경위는 파리 한복판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근무복 소매에 붙은 태극기를 보고 한국 경찰임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파리로 간 경찰들의 근무복 오른쪽 어깨에는 태극기, 반대쪽엔 올림픽·패럴림픽의 패치(프랑스 국기와 오륜기,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글자가 합쳐져 있다.)가 달려 있다. 알아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된 만큼 책임감은 커진다.

명 경위가 한국 경찰임을 알아본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물으면 “딸이 K팝 광(光)이다”,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같은 대답이 나온다. 자연스레 정해인, 이제훈 같은 K드라마 배우들 얘기까지 이어진다. “한국이 (유럽에) 많이 알려진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을 보여주는 기회라 생각하니 어느 하나 허투루 행동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 경찰은 반가운 얼굴이다. 지난달 명 경위는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한국 초등학생 아이를 발견해 보호자를 찾아주었다고. 부모 입장에선 파리 시내에서 한국 경찰의 도움을 받게 될진 상상도 못했다. “너무 반가워하셔서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명 경위는 말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여러 나라의 경찰들의 팀워크는 어떨까. “프랑스 경찰도, 한국 경찰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언어 소통이 원활하진 않지만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위기 상황을 직감할 때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으로 알아차린다”고 명 경위가 말했다. 그럴 때면 “이 사람들도 결국 나와 같은 종족임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에 모인 각국 경찰들은 근무 스케줄 사이사이 짬을 내 교류하고 있다. 점심시간은 이들에게 좋은 단합 기회다. 한국 경찰은 라면과 김치를, 프랑스 경찰은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인 잠봉뵈르를 나눠 먹는다. 명 경위는 “바게트와 김치 조합이 타국 경찰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라면도 잘 먹더라”고 웃었다.

파리에 있지만 정작 우리 경찰들은 실시간으로 한국팀의 경기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 나중에서야 경기 결과나 메달 소식을 확인하는데, 좋은 성과를 보면 힘이 솟는다고 한다

“한국이 (종합 순위) 1위였다는 걸 프랑스 동료가 알려주더라고요. 한국 선수가 금메달 딴 소식을 다른 나라 경찰관들이 먼저 알려주면서 같이 기뻐하고 축하해주니 유독 더 자랑스럽고 좋더라고요.”

2024 파리 올림픽을 8일 앞둔 지난18일(현지시간) 몽마르뜨 사크레쾨르 성당 인근에서 현지에 판견된 안전지원단 소속 경찰관들이 프랑스·브라질 경찰들과 함께 순찰을 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떻게 뽑았나 = 경찰청은 국내에서 한 달에 걸친 공개모집을 거쳐 파견 경찰을 선발했다. 전국에서 149명이 지원했고 서류평가→원어민 인터뷰→집단면접→최종면접 4단계를 거쳐 31명의 ‘파리 올림픽 안전지원단’을 꾸렸다. 이 가운데 현장순찰을 맡은 안전지원팀에 28명이 배치됐는데, 1조 14명이 올림픽 기간을 담당하고 2조 14명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패럴림픽 기간에 파리에서 근무한다.

▶어디서 먹고 자나 = 프랑스 정부가 예산을 들여 각국 경찰의 먹고 자는 문제를 책임진다. 우리 경찰관들은 리옹역 인근의 호텔을 숙소로 쓰고 있다.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해결하고 시내 식당에서 밥값을 치를 수 있는 카드를 받아 쓰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각국 파견 경찰들을 초청해서 환영 리셉션을 열고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경찰 장비는 어떻게 = 한국과 프랑스 당국은 업무협약을 맺으며, 우리 경찰관들이 쓸 보호장구는 프랑스 경찰청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파리 근무자들은 프랑스 경찰이 쓰는 방탄복(방검복), 경찰봉, 수갑을 지참해 순찰하고 있다. 테러나 강력범죄 가능성 때문에 파리 경찰의 방탄복이나 테이저건은 한국 경찰 장비보다 신형이라고 한다. 한국은 순찰 인력만 파견했지만 영국, 폴란드 등 인근 유럽 국가 경찰은 폭발물 탐지견 등도 보냈다.

an@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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