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알리바바 클라우드·오메가 등 AI기술 활용
한국 양궁팀, 사람 뺨치는 슈팅로봇으로 훈련 효과
현대차의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선수의 미세한 얼굴 색상 변화를 감지해 심박수를 측정한다.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정호원 수습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는 대회 운영부터 훈련 지원까지 인공지능(AI)이 개입되면서 ‘테크 올림픽’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4월 ‘AI 어젠다’를 발표하면서 “AI가 스포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스포츠 부문에서 AI 활용 방안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AI 어젠다에는 ▷AI를 활용한 선수 지원과 공정한 경쟁 ▷AI 혜택에 대한 평등한 접근 보장 ▷지속가능성에 최적화된 운영 ▷관객의 참여확대 ▷IOC 및 스포츠 운영관리 효율성 향상 등 5가지 목표가 담겼다.
▶디지털 트윈·클라우드…AI기술, 올림픽 에너지 효율 높여 = IOC는 파트너사인 인텔과 협력해 올림픽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표현하고, 가상공간에서 예측된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현실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IOC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회 에너지 소비량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현장에 인력이 없는 곳까지 원격으로 살펴 어디에 전력이 필요하며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지, AI 접근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해 수정·보완했다.
IOC는 방송 중계를 할 때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합작해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 클라우드 3.0’ 기술을 출시하기도 했다. 클라우드는 컴퓨터 데이터를 로컬 PC 내부 디스크가 아닌 인터넷으로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가 없다면 막대한 데이터 처리를 위해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IOC는 이 기술을 통해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전송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IOC는 2023년 AI워킹그룹을 발족하고, 이어 지난 4월 AI 어젠다'를 발표했다. [IOC 자료제공] |
▶체조 선수 발 각도까지…찰나 포착하는 오메가의 ‘컴퓨터비전’ = 0.01초를 다투는 올림픽에서는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생명이다. 1932년부터 올해까지 31번째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를 맡은 오메가(Omega)는 이번 대회에서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을 선보였다.
컴퓨터비전은 종목별 특성을 학습한 AI 카메라로 경기 중 선수들을 실시간 추적하는 기술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펴 AI 기술을 통해 3차원(3D)으로 구현해낸다. 이를테면 체조에서는 선수의 발 각도까지 측정해 심판 참고용 자료로 제공하고, 수영에서는 각 선수의 최고 속도와 이동 거리, 경쟁자와의 움직임 차이 등을 비교 및 분석해 순위를 예측한다.
장대 높이뛰기 종목에 적용되는 오메가의 컴퓨터비전 기술. [오메가 제공] |
▶명중률 9.65점…신궁 뛰어넘는 슈팅로봇 =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양궁 선수팀은 현대자동차 기술진이 개발한 ‘슈팅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을 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슈팅로봇은 연습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시간인 20초 내에 화살을 발사하는 속사 능력을 갖춘 로봇이다. 바람이 불 땐 센서로 방향과 속도를 측정하고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오조준을 해 10점을 노린다.
현대차에 따르면 슈팅로봇의 명중률은 평균 9.65점 이상이다. 세계 정상급 궁사들의 평균 점수인 9.2~9.5를 앞선다. 슈팅로봇은 지난달 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양궁장에서 대표팀 선수와 진행한 두 차례의 연습 경기 모두 승리했다.
선수팀은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활을 쏘는 게 중요한 양궁의 특성을 고려해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했다. 다중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세를 확인하고 최조 0.125배속으로 느리게 돌려보면서 미세한 동작까지 파악할 수 있다.
또 보다 선수들의 심박수를 정교하게 측정하는 기술도 활용했다. 미세한 얼굴색 변화를 감지해 심박수를 측정한다. 얼굴만 판독 대상으로 삼고 주변 요소들은 걸러내는 안면인식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서는 대형 전광판에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선수들이 긴장도를 높이면서도, 경기에 의도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현대차그룹 양궁 체험 행사에서 양궁 슈팅을 연습하고 있는 강채영 선수. [현대자동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