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사전캠프, 선전 원동력
숙소·식단 등 물밑 지원 최선
“남은 종목서도 금메달 기대”
정강선(왼쪽) 한국 선수단장이 5일(현지시간) 양궁, 수영, 사이클 종목 선수들의 퇴촌식에서 양궁 3관왕 임시현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축전을 전달하고 있다. [정강선 단장 제공] |
‘팀 코리아’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7일 현재 대한민국의 메달은 금11·은8·동 7개. 대한체육회가 당초 밝혔던 목표(금메달 5개)를 훌쩍 넘었다. 사실 한국 선수단의 눈부신 선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준비되고 있었다. 정강선(54) 선수단장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지난달 선수단을 이끌고 파리에 입성한 뒤로 선수들의 생활과 훈련, 경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살뜰하게 챙긴다.
정 단장은 5일(한국시간)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상욱이 첫 번째 금메달을 펜싱 개인전에서 따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확 살아나며 상승세를 탔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경기장 곳곳 선수들을 찾아 다니느라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며 웃었다.
정 단장은 한국 선수단의 맹활약 비결로 12년 만에 파리 현지에 차린 올림픽 사전 캠프를 꼽았다. 그는 “2년 전부터 파리 인근의 프랑스군체육부대 시설을 통째로 빌렸다. 선수촌에선 훈련 시설 등을 1시간 단위로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사전 캠프에선 우리만 사용할 수 있다”며 “우리 선수들의 전략 노출을 피하면서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역대 가장 성적이 좋았던 2012 런던 올림픽 때도 현지에 사전 캠프가 차려졌다. 당시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를 기록했다.
매일 아침 스태프 회의에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실행계획이 쏟아진다. ‘언제나 선수 입장에서, 선수가 최우선’이 정 단장의 철칙이다. 에어컨 없는 선수촌 숙소, 부실한 식단, 사우나 버스 등 대회 초기에 제기된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 여기서 나왔다.
정 단장은 “폭염에 대비해 선수촌 숙소에 89대의 객실용 냉풍기를 비치했고, 추가로 이동식 에어컨 등을 마련해 지원했다”며 “강우 등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담요도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선수식당에서 나오는 저탄소 식단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해결했다. 정 단장은 “급식지원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팀 코리아 파리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의 한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선수들 요청에 따라 맞춤형으로 매끼 150인분의 도시락을 하루에 2번씩 선수들에게 지원한다”고 밝혔다.
선수촌에선 우연히 선수를 마주치더라도 인사를 자제한다. 정 단장은 “성적이 좋더라도 갑자기 찾아가면 다음 경기에 문제가 생길까 봐 웬만하면 찾아가지 않는다”며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도 집중력을 유지하라는 차원에서 눈 인사만 하고 그냥 보낸다”고 털어놨다.
현재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다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몇 개의 추가 메달을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 단장은 ‘선수들’을 생각해 답변을 피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구체적인 추가 메달 목표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대치가 높아지면 선수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은 올림픽 기간 메달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 단장은 “태권도에서 금메달 하나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며 “역도의 박혜정도 은메달을 기대하고 있고, 높이뛰기의 우상혁도 메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 획득하지 못한 선수, 비인기 종목으로 외면 받은 선수 모두 자랑스러운 우리 국가대표입니다. 태극기를 짊어진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멋집니다. 저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언제나 ‘선수 최우선’을 모토로 끝까지 헌신하겠습니다.”
안세연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