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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도 놀랄 한국인 올 추석 지출 내역 살펴보니..[함영훈의 멋·맛·쉼]
명절은 부모님 용돈 주는 날?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추석 지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차례상이다. 상 다리가 휘어지게 하는 것은 요즘 세태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고가의 특식 몇 개는 올라가고, 평소 상차림과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하기에,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올 추석 지출예산에서 차례상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귀성길과 귀가길 왕복 교통 및 휴게소 비용이다. 차례를 마치고 고향집 근교에 놀러가기라도 하면 교통비 추가 지출이 있을 것이다. 교통비도 그리 높지 않아 전체 비용의 1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추석연휴를 목전에 둔 시점, 전국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 추석에 지출하기로 마음먹은 비용은 평균 56만35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추석 귀성열차 [코레일 제공]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는데...”= 추석연휴를 사흘앞둔 11일 이 사단법인이 공개한 조사결과를 보니, 지출내역별 비중은 차례상 21.0%, 교통비 13.2%였고, 가장 큰 것은 부모님 용돈 35.5%, 부모님 선물 구입비 8.2%였다.

효도를 중시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액수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20~60세대 모두,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을 추석지출 때 가장 중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은퇴를 목전에 둔 필자의 마음 같아서는, 명절이 부모들 돈 받는 의례가 되지 말고, 오랜만의 연휴에 대가족 근교 여행을 가는데 돈을 더 썼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자식된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같은 풍경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온나라가 축제와 명절을 즐기는 연휴에, 예산의 절반 가까이 되는 금액을 부모님을 위해 쓴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일제히 깜짝 놀랄 것이다.

최소한,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연령대, 즉 아직 60대인 베이비붐세대 부모들은 자식들이 용돈을 건네더라도 받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명절 부모님 용돈 이미지

추석 전체 비용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65만7800원) ▷50대(59만3300원) ▷60대(57만5400원) ▷30대(52만1600원) ▷20대(43만6900원)순이라고 한다.

추석예산을 가장 많이 책정한 40대의 지출 계획 중 가장 큰 비용은 부모님 용돈으로, 전체 예산의 47.2%였다. 여기에 부모님에게 줄 선물비용 까지 합한다면 전체 추석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40대의 부모는 대부분 70대이다. 당연히 이 연령대도 국민연금 수령 세대이다. 요즘 70대는 경로당, 노인정에 앉아있지도 못한다. 팔팔한 나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8090 누님,형님들의 주전자 당번들’이라는 말은 흔히 거론되는 비유이다.

효심 가득한 40대들의 효심에 큰 존경을 표하면서도, 6070세대 액티브시니어들 중, 자식들이 명절에 봉투를 건네면 “애들 키우느라 고생 많잖니”라면서 받지 않는 부모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원론적인 차례상이란= 차례상에 대해서는 ‘간소화’ 34.4%, ‘안할 것’ 26.7%, ‘가족 식사상으로 대체’ 24.0%, ‘예년처럼 할 것’이란 답변은 14.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매우 고무적인 흐름이다. 성균관 의례부, 국학연구원의 고증 결과, 우리의 차례상은 간소했으며, 퇴계 이황 선생, 학자 윤증 선생 등 명문가 집안에서 이를 제대로 실천했다.

퇴계 이황 종가 차례상

가장 많은 답변인 ‘간소화’에는 경제적 부담 등 다른 고려가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원론적으로, 그게 정답이다.

국학연구원은 “차례(茶禮)는 설과 추석 등의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으로, 이때 차(茶)를 올렸던 습속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이와는 달리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라서 몇가지 음식들이 차려진다.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사상만 남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례상과 관련한 전통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 보다 넘쳐나는 것을 더 경계했다. 그래서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용 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지나치거나 넘치는 것)’이라고 해서, ‘비례(非禮:예가 아님)’로 간주했다”고 덧붙였다.

[출처=국학연구원]

이번 설문조사 결과 부담이 큰 항목은 과일구입비(4.15점/5점 만점), 축산물(3.88), 수산물(3.74)이었고, 채소·나물(3.69), 떡·전류(3.49), 냉동·냉장식품(3.36), 음료·주류(3.14)가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또 놀랄 일은 아주 비싼 과일값이다. 예법대로 차례상 간소화가 이뤄진다면, 추석물가 상승의 원흉인 과일값의 명절 전 폭등을 예봉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차례상에 올라왔던 모든 식품지출 예산을 올들어 일제히 줄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가장 전통적, 원론적인 모습으로, 즉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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