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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작가로 불리는 것조차 싫었다” 한강이 털어놓은 속마음

지난 2018년 북클럽 문학동네 프리미엄 강연에 참석한 소설가 한강 [유튜브 ‘문학동네’]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사실은 안 쓰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쓰고 있다.”(소설가 한강)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은 지난 2018년 2월 북클럽 문학동네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당신들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와 독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한강은 최근 집필하고 있는 소설에 대해 소개하며 “‘이게 마지막 편지어도 좋아. 이것만 쓰고 다시 소설 안 써도 좋아’ 이런 마음으로 쓴다면 뭘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라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다. 눈 3부작의 마지막인데 너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강이 쓰고 있었던 소설은 2021년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로 보인다. 이 소설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 ‘작별’(2018)과 함께 ‘눈 3부작’으로 불린다.

소설을 쓰고 난 뒤 악몽에 시달리는 잡지사 기자 출신 작가인 주인공 경하에 한강의 개인사가 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강은 잡지사 샘터에서 기자로 일하다 소설가로 등단했으며, ‘소년이 온다’(2014)를 쓰고 난 뒤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북클럽 문학동네 프리미엄 강연에 참석한 소설가 한강 [유튜브 ‘문학동네’]

한강은 “지금 쓰는 소설은 사실은 저를 애먹이고 있다. 2015년 겨울부터 쓰고 있는데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이라는 중편을 쓰고 나서 쓰기 시작했는데 잘 안됐다”라며 “그 사이에 ‘흰’이라는 책을 고치고 다듬어서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또 이 소설을 쓰려고 하면 잘 안되고 그러다 갑자기 눈사람이 되어서 진눈깨비와 함께 녹아버리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되게 쉽게 썼다. 두 달 석 달 정도 걸려서 금방 완성했다”고 했다.

한강은 글이 써지지 않았을 때를 회상하며 작가라고 불리는 것조차 싫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애를 먹이고 있으니까 사실은 안 쓰고 싶은 마음도 많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쓰고 있다”라며 “빨리 써보려고 최근에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해서 '장소를 바꾸면 잘 될거야' 생각하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글하고 불화할 때는 누가 저를 작가라고 부르는 것도 좀 싫을 때가 있다”며 “’내가 글도 안 쓰는데 무슨 작가야’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은 쓰고 있으니까 ‘나는 글 쓰는 사람 맞지.’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쓰는 글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지의 당신들을 위해서 쓰고 있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한강은 7년에 걸쳐 집필한 끝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했다. 2023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메디치 문학상' 외국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된 이후 자신의 작품 입문서로 이 책을 권하기도 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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