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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한 日 여기자 동료, “최고의 파트너였다”
[헤럴드경제=고재영 인턴기자]“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최고의 파트너였다.” 일본인 여기자 야마모토 미카 씨(45)가 지난 20일 시리아에서 사망했을 당시 함께 취재중이었던 동료 기자 사토 카즈타카 씨(56)의 애통한 마음으로 그를 떠올렸다. 이들 두 사람. 20년 가까이 함께 종군 기자로 활동했고 사실혼 관계를 14년 가량 유지해온 각별한 사이였다.

지난 20일 시리아 내전을 취재중이던 야마모토 미카 씨가 정부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일본 외무성이 확인했다. 야마모토 씨는 일본의 독립 통신사인 재팬 프레스 소속으로 시리아에서 14일부터 취재를 시작했고, 한국 시각으로 20일 오후 3시 30분께 시리아 북부의 알레포에서 총격을 당했다. 야마모토 씨는 팔 등에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야마모토 씨의 시신은 이날 밤 터키의 킬리스로 옮겨져 병원에 안치됐고, 유족들은 22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로 향했다.

사토 씨는 21일 밤 터키 남부 킬리스에서 일본의 시사통신 등 언론과의 취재에 응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20일 오후, 사토 씨와 야마모토 씨가 알레포 시가에서 반체제 조직 ‘자유 시리아 군’의 작전을 동행 취재하고 있었을 때, 전방에서 종렬을 짠 십 수명의 정부군들이 다가와 돌연 발포했다. 자유 시리아 군이 이에 맞서지 못해 사토 씨가 도망쳤지만, 야마모토 씨는 뒤따라 오지 못했다. 사토 씨는 한 시간 정도 계속된 전투가 끝난 후, 병원에서 이미 주검이 되어버린 야마모토 씨와 대면했다. 사토 씨는 전투 후에 발견된 야마모토 씨의 비디오 카메라에 야마모토 씨의 목소리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총격이 가해지자마자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토 씨는 “총알이 난사되고 있어, (도망친 것은) 일순간의 판단이었다. 그녀를 지킬 수 없었던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며 후회했다. 그는 야마모토 씨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최고의 파트너였다”라고 회상했다. 14년 가깝게 사실혼 관계였던 야마모토 씨를 잃은 사토 씨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나는 그녀를 돕는 일도 지키는 일도 할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매우 한심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토 씨는 세상을 떠난 야마모토 씨에 대해 “그녀는 항상 극한의 전장에 살고 있는 여성이나 아이들, 노인들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세상에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도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했던 그녀의 뜻은 사토 씨를 통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토 씨는 “결코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녀의 유지(遺志)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전세계의 전장을 누비던 야마모토 씨의 죽음으로 비통에 잠긴 사람은 사토 씨 만이 아니었다. 산케이신문의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야마모토 미카 씨의 아버지인 야마모토 코지 씨(77)는 딸을 잃은 “죽고 싶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코지 씨는 “(딸은) 휴먼 저널리스트였다. 딸이 자랑스럽다”라며 본인을 뒤이어 기자가 된 자랑스러운 딸을 회상했다.

야마모토 씨가 한때 소속되어 있던 아시아 프레스·인터내셔널의 노나카 아키히로 대표(59)도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전장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아이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러한 전장의 실태를 전하고 싶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문에 그녀는 뛰어난 기자가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생전에 야마모토 씨와 친분이 있었던 기자 후루이 미즈에 씨(64)는 “그녀는 자주 ‘분쟁 지대 등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들의 강함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것은 항상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지만, 그 위험이 설마 그녀에게 닥칠 줄 몰랐다. 충격적이고 분하다”라고 이야기 했다.

1980년대부터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등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 온 사토 씨는 1996년, 11세 연하의 야마모토 씨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로 처음 함께 취재를 나갔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라크, 체첸, 코소보, 우간다 등 세계의 전장을 취재해 그 소식을 일본에 전해왔다. 2003년에는 전쟁 중인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머무르면서 개전 전부터 바그다드 함락 후까지의 상황을 보도, 뛰어난 국제 보도를 기리는 ‘본 우에다 기념 국제기자상’의 특별상을 두 사람이 함께 수상했다.

JYKO42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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