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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한국 방송, 감시견이냐 애완견이냐
올 상반기 중 방송업계의 큰 이슈는 KBS, MBC의 장기 파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얼마 전에 파업은 끝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사진 구성도 마무리됐지만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공영방송들이 연례 행사처럼 홍역을 치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소위 ‘낙하산 사장’을 막아 공명정대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 파업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공영방송다운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 있는 사람이 방송사의 수장이 돼야 하고 적임자를 뽑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형식 논리로 본다면 백번 맞는 말이다.

현재 양 방송사의 사장 추천권과 임명제청권은 이사회가 갖고 있다. KBS의 경우 이사 11명 중 여당 7명, 야당 4명이고 이사회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추천을 받아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방문진의 경우 대통령 3명, 여당 3명 그리고 야당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집권층에 유리한 구조이다.

우리만 정부 여당에 유리한 제도일까. 영국 BBC는 해당 장관의 추천을 받아 여왕이 임명하는 12명이 사장을 선임하고 있다. 일본 NHK도 12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사장을 뽑는다.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12명 중 8명의 지역대표를 포함해야 하는 강제 규정이 있고 영국은 직능별 전문가를 영입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큰 규모의 방송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한다. 집권층이 마음만 먹으면 자기 진영 인사를 방송사 사장으로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제도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을 언론 자유가 구현되는 쪽으로만 운영한다. 돕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존중하고 있다. 또 이사나 경영위원들은 자신을 추천한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개인 영달을 위해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의 도움을 얻기 위해 볼썽사납고 명분도 불분명한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혜롭고 현명한 운영을 통해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스스로 다듬고 채워가고 있다.

12월 대통령선거가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방송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는 감시견(watch dog)의 역할을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때다.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정치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고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진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정 정파나 이념에 치우치거나 마음속의 ‘주인’을 위해 아양을 떠는 애완견(lap dog)이 되어서는 안된다.

제도를 들먹이며 투정을 부리거나 깔끔한 합의가 어려운 언론의 가치를 내세우며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국민들은 방송을 외면할 것이다. 긴 긴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보인 무관심이나 무표정은 국민들이 방송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거철, 방송다운 방송을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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