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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큰 웃음 안겨줄 연극 ‘한꺼번에 두 주인을’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연말 만큼 비정규직의 설움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도 없다. 한 쪽은 연가보상비와 연말 성과금에 웃음 짓는 한 해를 마무리하지만 다른 한 쪽은 고용불안과 마땅찮은 사내복지에 눈물 짓는 한 해를 보낸다.

1700년대 이탈리아에도 비정규직의 설움이 존재했던 것일까. 연극 ‘한꺼번에 두 주인을’은 주인을 두 명 모시는 하인 트루팔디노가 겪는 엉뚱한 상황들로 웃음을 자아내는 한 편 소외된 비정규직의 이야기들도 조금씩 건드려보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이야기는 한 마디로 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 다난하다. 플로린도를 사랑하는 베아트리체, 실비오와 약혼한 클라리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를 모시는 트루팔디노. 이들의 이야기는 플로린도를 찾아 죽은 오빠 페데리고로 분장해 베니스를 찾은 베아트리체로부터 시작된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느라 극 초반엔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1막 중반 쯤을 넘어서면 물이 오른 개그와 위트넘치는 대사들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생계를 위해 트루팔디노가 몰래 두 주인을 섬기는 까닭에 혼선을 빚어 생기는 상황들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간혹 트루팔디노가 던지는 말들은 좀 새겨들을 필요도 있다. 트루팔디노가 ‘점심을 달라’, ‘밥을 달라’는 외침은 요즘 세대 비정규직의 설움을 표현한 목소리일 수도. 주인과 고작 한 닢 가지고 왈가왈부 임금협상을 하는 모습은 임금 0.1% 인상을 요구하는 요즘 근로자들의 모습과도 같다.

청년 취업이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를 대놓고 언급하는 부분은 시대를 넘은 약간 민망할 정도의 직접적인 언급이지만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는 노력이 담긴 배우 백원길의 일성이었다.

1700년대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원작 희곡을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영국의 리 홀이 각색했다. 베네치아의 건물들, 잔잔한 물결은 입체카드, 만화 같은 표현으로 무대 위에 그려냈고 여관, 판탈룬의 집 2층에서의 세션들의 연주와 효과음은 극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대 아래에서 살살 올라오는 마이크와 노를 움켜잡고 부르는 노래는 재치가 넘치는 설정이었다.

그동안 진지하고 무거운 정통 연극을 선보였던 명동예술극장이 자칫 진부할 뻔 했던 코미디를 오랜만에 가볍고 웃음 가득한 작품을 올렸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같은 작품의 성격을 논하기보다 그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만담과 개그가 넘치는 한 편의 즐거운 쇼를 보는 것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선 더 감상하기 편할 수도 있다.

이야기는 트루팔디노의 정체가 밝혀짐과 동시에 스메랄디나와의 사랑도 이뤄진다. 비정규직의 설움도 다 토로했다. 위태위태하던 클라리스와 실비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의 사랑도 모두 이뤄져 결국 해피엔딩이다.

극 중 판탈룬은 이런 대사를 날린다.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게 아니냐.”

맞다. 나의 즐거움을 찾고 이웃을 향한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연말을 보내는 좋은 결말이라면…

ygmoon@heraldcorp.com

[자료제공=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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