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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세뇌(洗腦)
1962년 영화 ‘맨추리언 캔디데이트’는 한국전쟁 때 북한 포로가 된 미군 베넷마코 대위 일행이 만주(Manchuria)의 수용소에서 소련 사회주의 환상에 세뇌(洗腦)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종전 후 풀려나 귀국한 마코는 미국 대선과정에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며 비난하는 대통령 후보를 저격한다. 세뇌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화이다.

그릇된 것을 믿게 하거나 관념을 전향시키는 세뇌는 신체적ㆍ사회적 여건을 통제함으로써 지배자에 대한 복종을 키워내는 과정이다.

세뇌 시도와 결과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단계 집단합숙촌, 전쟁도 불사하는 종교 원리주의 집단, 식민사관, 정치 업적 허상 등도 해당된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편집기술로 상징조작하는 방송의 ‘시뮬라시옹(Simulation)’도 세뇌의 한 유형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넷 SNS가 발달한 요즘시대 세뇌가 없을 것 같지만, 지난 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여신도들을 유아, 어린이 단계부터 세뇌시켜 성적으로 유린한 어느 종교집단 교주의 추악한 의혹이 방송됐다. 유치원에 다닐 법한 유아들이 세상과 격리된 마을에서 교주를 향해 “영원토록 원자씨를 낳아 드릴게요. 뽀뽀해 주세요. 낭군님. 여보, 나의 달링”이라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 청소년들은 ‘네가 내 씨니 네 씨를 내가 퍼뜨리리라’는 교리를 배웠고 교주가 성관계를 원할 때 그 교리에 따라 임했으며 성관계 직전 의식인 양 큰 절을 했다고 털어왔다.

경찰 수사 등 당국의 대응은 철저하되 세심해야 한다. 그 아이들이 진실을 안 이후 어떤 분노의 총탄을 사회를 향해 쏠지 모른다. 이쯤되면 세뇌는 단순한 착시, 오해를 넘어 최악의 공포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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