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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2012> 소극장 무대 ‘그게 아닌데’ 보석처럼 빛났다
올 연극계 전문가 4인에 듣다…민간극단 열악한 제작환경 속 선방…중대형 극장 기획공연 제작 활발·작품성은 회의적
2012년 한 해 연극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약적인 발전도, 바닥을 치는 침체도 없었다. 다만 올 한 해의 특징이라면 중대형 극장들의 기획공연제작이 활발했고, 반면 민간 극단은 넉넉하지 않은 제작환경 속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것이 연극계 안팎의 목소리다.

극단 청우의 ‘그게 아닌데’는 민간 단체가 풍족하지 않은 제작환경을 극복하고 양질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는 ‘그게 아닌데’가 연극대상을 수상했다. 김광보 연출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연출상을 함께 받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그 밖에 눈에 띄는 이름들은 ‘헤다가블러’ ‘그을린 사랑’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 ‘목란언니’ 등 중대형 극장이 기획한 공연들이었다.

한국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도 ‘그게 아닌데’ 외에 한국공연예술센터가 함께한 ‘과부들’, 두산아트센터가 기획한 ‘목란언니’가 선정돼 중대형 극장의 공연들이 돋보인 한 해였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헤럴드경제는 연극계 인사 4명의 목소리를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봤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이경미 평론가가 참여했으며, 중대형 극장의 활발한 활동에 극단의 위기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2013년도 올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윤택 예술감독의 올 한 해 연극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중대극장 공연이 많이 쏟아진 시기였고 공연물이 다양해 다양성엔 일조했지만, 작품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작품은 많았지만 ‘과부들’ 같은 민간단체의 중대극장 공연이 돋보였고, 소극장 연극이 작품성에선 더 두각을 드러내 물적 기반 없이 어렵게 작업하는 단체들이 선전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특히 그는 김현탁 연출의 ‘메디아 온 미디어’를 예로 들며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소극장 연극임에도 신선함, 동시대성, 현실에 대한 저항, 실험성의 측면에서 올해 보여준 바람직한 소극장 연극의 한 측면이라고 했다. 이 밖에 해외 작품들이 국내에 쏟아진 반면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도 전반적인 평가의 하나였다.

 
이경미 평론가

또한 중대극장 기획공연이 활발해지며 민간 극단은 제작비 지원이나 연출가, 스태프 확보, 배우 캐스팅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극단 해체의 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다고 했다. 이 연출은 “올해 오태석 연출가는 신작을 단 한 편도 하지 않았고 저 역시 내년엔 대극장 공연계획이 없다”며 “중대극장은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작품이 몰리는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미 평론가=이경미 평론가는 국공립 및 중대형 극장의 연극 기획 증가가 올 한 해 소극장 민간극단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올 한 해 중대형 극장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경미 평론가는 지금껏 제작된 기획 연극에 대해 “작품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대중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작품성엔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란 조심스런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국립극단 등 각 공연단체들의 성격이나 기획 의도대로 연출가, 작가, 배우, 스태프가 모여 작품을 제작하는 시스템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이 몇몇 존재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

그런 가운데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한 김광보의 ‘그건 아닌데’ 같은 좋은 평가를 받는 소극장 작품이 공연되기도 해 대형 작품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올해 중대형 극장 기획공연의 한계로 정체성을 고려한 거대담론에 대한 강박을 꼽기도 했다.

또한 “중대형 극장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과도기, 적응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3~4년 이후엔 나아질 수 있겠지만, 올해는 대형자본을 투입하며 양질의 작품을 제작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연극계 전반에 대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큰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연극계를 걱정하지만 연간 300편씩 끈질기게 작품을 올리는 제작자들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전망이 밝다고 본다”고 했다. 한 해 명동예술극장은 전통 연극들을 바탕으로 고전 중심의 작품과 신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기조를 쭉 유지해 왔고 그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2012년에 좋은 작품도 나왔지만 기대와 다른 평을 받는 작품도 더러 있어 “레퍼토리를 더욱 공들여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반성도 해본다”고 전했다.

올 한 해 중대형 극장들의 기획공연 증가세로 인한 극단의 위기설에 대해선 조금 의구심을 갖는 눈치였다. 그는 스태프나 배우 등을 국공립 극장이 다 끌어가는 것은 아니라며 “공연시기를 조절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기획공연이 연출가의 재량권을 많이 빼앗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극장의 경우에도 연출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다만 기존에 명동예술극장이 민간 극단에 문을 잘 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선 초청작을 늘려 민간 극단의 참여도 늘릴 예정이다.

한편 구 극장장은 2013년엔 예술의전당에 김철리 예술감독이 부임해 연극 분야 발전이 기대되며 토월극장의 개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은 “관객 수나 공연 수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인 그가 최근 느끼는 점은 대상을 탈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도 몇 작품 손에 꼽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감동이 있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최 이사장은 “총체적인 문제”라며 “기본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2012년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차세대 공연예술가와 신개념 공연예술가의 발굴 및 지원, 주제별 공연 작품 육성, 지속 가능한 공연 활성화, 국내외 공공기관과 교류 및 파트너십 구축 등은 지난 한 해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추진해온 5대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대학로 발전을 위해 진행해온 정책이다. 더불어 전통과 실험의 충돌, 기본 기술의 습득, 이론과 실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등이 최 이사장이 생각하는 연극계 발전 방안이다.

▶새 정부 출범하는 2013년, 연극계 인사들의 희망=연극계 인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연극에 대한 관심이다. 최치림 이사장은 “문화예술이 더욱 관심을 받았으면 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며 전문성을 가장 중요시하겠다는 것은 희소식”이란 기대를 가졌다.

이경미 평론가는 “최근까진 문화예술지원정책이 왜곡된 것이 사실이었다”며 “지원금도 많이 삭감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많지 않았고 창작 현장과 정책 수행자들 간의 괴리감이 컸다”고 했다. 순수 창작예술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구자흥 극장장은 “사회 지도층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이윤택 감독은 “복지시대를 대비해 문화예산 확충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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