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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의 기술’ …끔찍한 결말 피하는 방법
헤어진 애인에게 끔찍한 보복을 가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위협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엔 여성의 집에 불을 지른다거나 심지어는 여성을 살해하고 가족들마저 해코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체 이런 남성들과는 어떻게 헤어져야 할까?

▶한때 사랑했던 그 남자…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기에?=지난 2012년 7월 울산의 한 원룸에서 무참히 두 자매를 살해한 김홍일의 범행 동기는 “헤어지자”는 언니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김홍일의 잘못된 애정에 언니는 물론, 동생까지도 무참히 살해됐다.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에선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교제를 반대하다는 이유로 20대 청년이 모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피의자 A(24)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 어머니가 우리의 교제를 반대해 평소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1월엔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후 가방에 넣어 사흘 동안 보관한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카카오 스토리’로 이별을 통보받은 B(29) 씨는 “헤어지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여자친구를 협박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방화도 전형적인 치정 범죄의 한 패턴이 됐다. 지난 7일에는 이별 통보 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 집에 불을 지른 대학생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전남 여수에서는 여자친구의 집에 불을 지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C(41) 씨는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 집의 출입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통계 역시 ‘사랑에 눈먼’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치정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95건 발생했다. 지난 2011년 치정 살인사건이 16건인 것에 비하면 1년 새 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또 단순 폭행 등 애인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감추려는 경향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별도 기술, 헤어질 때 더 잘해야 한다=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어떻게 이별을 통보해야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또 남성들은 어떤 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할까.

연애는 기술이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듯 헤어질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별을 할 때 문자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무조건 연락을 끊는 방식은 지혜롭지 못하다. 또 남자로 하여금 자신을 포기하게끔 하기 위해 일부러 못된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재목 듀오 연애컨설턴트는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두 남녀의 인연이 다 돼 이별을 선택했을 경우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 연인이었던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별을 통보할 땐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받을 자책감ㆍ절망감ㆍ박탈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별을 통보할 때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차분하게 이별의 뜻을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방랑자’란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중 연애컨설턴트는 “이별을 할 때는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자로만 이야기를 전했을 때는 상대방이 이별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일단 이별을 결심했다면 단호할 필요도 있다. 물론 상대방이 비통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얼마간 배려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덕스러운 마음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이 컨설턴트는 “비록 헤어졌지만 친구처럼 지내자는 말을 듣고 고민하는 사람들 많은데,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단정 지었다. 이별을 통보하고 필요할 때마다 인연을 꺼내 쓰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재결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또 남자를 자극해 더욱 집착하게 할 위험이 크다. 이 컨설턴트는 “새 차를 사기 전까지 타던 오래된 차를 쉽게 못 버리는 심리를 버려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남성에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이별 방식이며, 이별의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별 통보받은 남성…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별을 통보받은 남성들이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다.

이별을 통보받은 남성들은 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의 크기에 비례해 상실감도 커지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때 남성은 자칫 파괴적인 행동에 빠져들게 된다. 절망이 깊을수록 공격성까지 강해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별을 겪은 남성들이 이별로 인해 자신의 자존감이 짓밟혔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우려했다. 이별을 겪었다고 해서 자기애를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컨설턴트는 “이별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별을 했을 때 항상 ‘내가 뭐가 문제지?’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등의 스스로를 옥죄는 자책증후군으로 인해 이별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서 남성이 현저히 많다는 것. 그는 “이런 행동은 주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짧은 삶에 이별보다 더 큰 상처를 주게 된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이런 남성은 막바지에 몰린 듯 자기파괴적인 행동이나 상대방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별을 세상에 대한 단절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록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거나 거절됐다거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별은 다만 자신이 맺고 있는 여러 관계 중 하나의 관계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또 전문가들은 이별을 연애의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패한 연애조차도 결국엔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기훈ㆍ박병국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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