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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당선인, 128만원 명품가방 들면 안되나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설을 앞둔 대한민국은 ‘128만원’으로 뜨겁다. 박근혜 당선인이 최근 새로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회색 가방이 ‘국내 H브랜드의 128만원짜리 가방이다’는 보도가 나면서부터다. 지금껏 옷과 신발 등 자신의 물건들의 ‘구입처’를 자진 공개한 바가 없던 박 당선인 측은 보도 이후 즉각 “영세업체가 만든 저렴한 가방”이라며 명품논란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같은 파동을 지켜보면서 패션관계자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100만원대 가방을 드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대통령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자국의 명품브랜드를 홍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치만 보느냐는 것이다.

전세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그들의 발언은 신문 1면 톱을 장식하고, 바뀐 헤어스타일, 새로 구입한 옷, 심지어 먹고 자는 것 하나하나까지 관심거리다. ‘박근혜 가방’이 포털검색어 1위를 장식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오히려 ‘영리하게’ 국익차원에서 이용하는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자국의 브랜드를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종의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할 뿐더러, 때로는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완판녀’로 등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다. 그는 고가의 명품 의류와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적절하게 ‘믹스매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식에서도 미셸 오바마는 고가의 톰 브라운 코드에 중저가의 제이크루(J.Crew) 벨트와 신발을 매치했다. 특히 평소에도 즐겨 애용하는 제이크루는 그가 입고 등장할때마다 주문이 폭주, 오바마 취임 첫 해에 주가가 40%나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셸 오바마 혼자서 ‘1인 경기부양책’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영국의 최연소 퍼스트레이디인 사만다 캐머런 역시 스텔라 매카트니, 버버리 등 영국의 명품 브랜드 의상과 막스앤스펜서 등의 중저가 의상을 넘나드는 스타일링은 선보이며 ‘사만다 효과’라 불릴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공식석상에서 에르메스와 샤넬 등 자국의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였던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힐러리 클린턴은 영부인 당시 내내 미국 브랜드 세인트 존을 입었다”며 “그전에는 유명하지 않았는데 힐러리가 옷을 입어서 우리나라 강남 아줌마들이 꼭 입는 옷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박 당선인의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박 당선인을 향해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박 당선인에 대해 잘 모른다. 박 당선인이 구두와 의류를 어디서 산 것인지, 평소에 자주가는 레스토랑이 어딘지도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활발한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 덕에 “옷은 청담동에서 맞춘 거라더라” 정도의 가십성 정보만 돌아다닐 뿐이다.

이번 가방 논란 역시 결국은 ‘돈’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라는 브랜드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감추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박 당선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것이 국가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도 더욱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소장은 “서양에서는 그것(패션)도 하나의 국가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대게 자신들이 쓰고 입는 것에 대해서 오픈을 잘 안한다”며 “(대통령도)자신의 패션을 국가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게 유명인의 소지품이 이슈가 되면 ‘얼마인지’에만 관심을 쏟는 대중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어느 디자이너의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인들은 더 쉬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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