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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님, 전 아직 당신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저는 주인을 잃었습니다. 저를 어루만져 주었던 주인님의 손길은 더 이상 저를 향해 있지 않습니다. 저 때문에 웃음 가득했던 집도 더 이상 제 집이 아닙니다. 지금은 좁은 철장 케이지 안에서 20일 간의 삶을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귀를 쫑긋거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인님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지만 더 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오늘도 철장 안엔 제 눈물이 가득합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이 곳엔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유기된 반려견 200여 마리가 20일 간의 시한부 삶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협회는 서울지역 20개 구청과 경기지역 6개 구청의 유기견 위탁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유기견 발생 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히 출동해 유기견 또는 유기동물을 구조해 이곳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시킨다.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특이사항과 발생 장소 등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 주인을 찾아 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이곳에 들어온 유기견 수는 6000여 마리. 그 중 주인이 찾아 가거나 새로 입양 혹은 기증으로 따뜻한 안식처를 되찾은 유기견은 35%에 불과하다. 나머지 65%, 약 3900여 마리는 자연사 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반려견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동네 어귀마다 생기는 애견분양 센터와 애견용품 가게들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들의 관심은 반려견 자체보다는 개인 기호로 향하고 있다. 생명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 단순 호기심이나 외로움 해소, 또는 아이들의 선물로. 그렇게 키우다 포기한 반려견은 동네 어귀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되어 거리를 배회한다. 우리의 양심도 거리에 버려진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사무국장의 부탁은 간절하다. “아이들이 이 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학대의 시작입니다. 최대한 여건을 마련해주고 보살펴 주어도 주인 손을 떠난 아이들은 불안함과 상실감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20일 간의 계류 기간이 지나면 법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키고 있습니다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 손길에 꼬리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개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평생을 함께 할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글ㆍ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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