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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화약고 건드렸다”…중동 정세 시계제로
-팔레스타인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2국가 해법’도 존폐 위기
-미국, 외교적 고립 자충수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천명하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고위 당국자는 전쟁 선포로 여긴다고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마누엘 하사시안 영국 주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대표는 “지금은 중동 전체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에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때”라면서 “트럼프는 ‘2국가 해법(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별도 국가를 유지)’이라는 개념에 혼란과 무질서, 왜곡을 또 다시 일으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환영하는 이스라엘, 분노하는 팔레스타인.’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중동 화약고가 폭발 직전에 놓였다. 이스라엘 시민이 6일(현지시간) 자국 국기와 성조기가 비춰져 있는 예루살렘 구시가의 한 벽을 지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국기와 트럼프 사진 등을 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예루살렘·가자=UPI·EPA연합뉴스]

이어 하사시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받아들인다면 중동은 물론 15억 무슬림 인구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셈”이라면서 “무슬림 뿐만 아니라 기독교도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수억명의 기독교인들은 성지가 완전히 이스라엘의 헤게모니 아래 들어가는 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공간을 열어놓았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사관 이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르단, 사우디 등도 일제히 미국 주도로 진행되어온 평화 중재 노력이 훼손될 뿐 아니라 전세계 무슬림을 자극하는 위험한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중동 문제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해지고 외교적 고립을 낳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다

중국 환구시보는 7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핵심 충돌지역”이라며 “이번 트럼프의 결정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제 미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갈등의 조정자가 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지금까지 기울여온 평화협상 중재의 노력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아랍의 봄’(2010년 12월 이후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운동), 시아파와 수니파간 갈등, 무장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활동, 시리아 내전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동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영토 분쟁이라는 오래되고 민감한 갈등이 더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팔레스타인과 국제 사회가 지지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정착 구도인 2국가 해법이 어떻게 진전될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엔, 영국, 프랑스, 터키, 중국 등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을 공식 인정한 것 자체로 역대 미국 정부가 20년간 고수해온 이-팔 외교정책의 진로를 대폭 수정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팔 간 평화적 공존을 모색한 ‘2국가 해법’ 구상은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중동 평화 과정의 중심 의제였다. 비록 ‘2국개 해법’ 구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됐지만 국제무대에서 다른 대안은 사실상 논의되지 않았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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