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I.리멤버.U]‘1987’ 민주주의 속성코스…5시간 ‘땡전로드’
[헤럴드경제 TAPAS=신동윤 기자]뚜.뚜.뚜. 땡!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오늘 OO을 방문하시어...”


불과 약 35년전 매일 오후 9시. 지상파 뉴스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오후 9시를 알리는 시보와 동시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근황과 그에 대한 찬사를 뉴스로 쏟아냈다. ‘땡전뉴스’다. 쿠데타를 통해 실권을 장악하고, ‘체육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전 전 대통령이 군림하던 철권통치기. 이런 7년간의 암흑기를 거친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며 마침내 대통령 직접선거권을 획득한 게 바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다.


그렇게 30년이 흘러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민주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절감한 사건을 바로 지난해 봄 온 국민은 함께 겪었다. 연말께 이어진 영화 ‘1987’의 흥행도 온 국민이 다함께 갖고 있는 기억 덕분이다.

5시간이란 짧은 시간으로 구성된 ‘땡전로드’. 1987년 그 때와 연관된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모든 세대가 함께 그 감정과 느낌을 공유하며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구성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27나길 11-14)

(사진1)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 골목의 현재 모습. 지난 1995년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검찰 소환을 거부하는 일명 ‘골목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촬영=신동윤 기자, 출처=연합뉴스]

코스의 첫 목적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다. 전 전 대통령이 현재도 살고있는 이 곳은 ‘12ㆍ12 군사반란’ 정권을 탈취한 국군 내 사조직 ‘하나회’ 세력이 반란 전 모의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측근을 비롯, 전ㆍ현직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는 장소.

내란ㆍ반란수괴, 뇌물 수수 및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최종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사면ㆍ복권을 받았고, 현재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6조4항에 따라 경호 및 경비, 각종 예우를 받고 있다.

현재도 집 주위엔 정문을 지키는 의경 한 명과 이곳으로 진입하는 양쪽 골목을 지키는 의경 각각 1명 등 총 3명이 철통처럼 경비 중이다. 중죄로 인해 처벌받았으나 ‘국민 화합’이란 이유로 사면ㆍ복권된 전직 대통령 1명을 위해 상당 규모의 국민 세금이 쓰여지고 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쓴 경비 비용은 최소 29억 5000만 원으로 파악된다.

이 뿐 아니다. TAPAS팀 취재에 따르면 그는 퇴임 직후인 1988년부터 형 확정 직전까지 10년 간 연금과 예우보조금 등을 합쳐 최소 33억 원(현재가치 기준)을 받았다. 본인 집값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 압류당하기 전까지 30억원 가까운 시세로 평가됐다.

전 전 대통령 사저 앞 골목을 지나려면 매서운 눈빛을 한 의경들이 방문목적을 묻고 이를 무전기로 상부에 보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평범한 연희동의 한 주택가인 이곳을 둘러보는 데 다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꼭 참고하고 방문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 사저 앞 골목은 일명 역사적(?)인 ‘골목 성명’의 현장. 12ㆍ12 군사반란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지난 1995년 검찰이 소환 통보했을 때 전 전 대통령은 집 앞 골목에 나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버렸다. 결국 합천까지 따라간 검찰에 의해 강제 구인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곳에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온 종이를 들고 낭독하며 기념촬영을 해본다면? 철권통치자의 권력무상을 느끼는 동시에 과거 권력자조차도 법의 심판대위에 세울 수 있는 민주주의의 힘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또, 웹툰 및 영화로 유명한 ‘26년’의 장면을 상상해보는 것도 이번 코스를 즐기는 포인트가 될 듯 하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116-64)

1987년 6월 9일 고(故)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장소를 잊지않기 위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앞에 설치된 표지의 모습. [촬영=신동윤 기자]

“여기 뭐 있어요? 어머 바닥에 이런게 있었네. 교과서로 공부할 때 사진으로도 보고, 지난해 말 영화 1987을 보고 여기쯤이란건 알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오늘 처음 봤어요.”

고(故)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위치를 나타낸 표지를 보고 한 연세대학교 학생이 TAPAS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학교 밖에서 정문을 바라볼 때 좌측 두 번째 기둥 앞이 바로 이한열 열사가 피격당한 장소. 불과 30년전 긴박감이 흘렀던 이 장소엔 매일같이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레 지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땡전로드 투어객이라면 지금은 당연하다 여겨지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웠던 과거 선배들의 숨결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을 듯.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 [촬영=신동윤 기자, 출처=오픈아카이브]

   #이한열기념관(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로12나길 26)

번잡한 신촌 거리를 가로지르고, 큰 길까지 건너 골목길로 들어서면 돌연 차분한 주택가가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엔 자그마한 4층짜리 노란 건물이 서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이한열기념관’. 연세대 정문 앞에서 조금은 추상적으로 느껴봤던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억과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이한열 열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은 물론, 재학시절 사용했던 각종 책과 친필 자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옆에 마련된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1987년 당시 영상을 통해 현장 상황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나오기 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한열이를 살려내라!’ 판화모양 스탬프를 찍은 기념 엽서를 하나씩 챙겨 나온다면 두고두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된 고(故) 이한열 열사의 유품들. [촬영=신동윤 기자]


   #서울광장(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가 세종대로 110)

배우 김태리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전경버스 위로 올라 사람으로 가득찬 서울시청 앞 광장을 내려다보는 장면으로 영화 ‘1987’은 마무리된다.

당시 6월 서울광장의 모습은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이곳은 바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펼쳐졌던 주요 무대.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샐러리맨들을 비롯한 당시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이곳으로 뛰쳐나왔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투표를 통해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쟁취해냈다.

서울광장은 불과 1년전 우리들의 기억에도 선명한 그런 장소. 1년전 이곳에선 민주주의를 훼손한 최고권력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이에 반대하는 외침이 정면으로 맞부딪혔던 곳이 바로 서울광장이다.

이곳에 방문한 땡전투어객들은 1987년의 기억은 물론이고, 불과 1년전의 기억까지도 떠올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되지 않을까.


   #잠실야구장(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7동 올림픽로 25)

1982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출처=문화체육관광부]

민주주의 속성코스라는 땡전로드에 야구가 웬말? 사실 1982년 개막한 프로야구는 전두환 정권이 시행한 ‘3S(screen, sports, sex) 정책’의 핵심 중 하나였다. 서울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개막 경기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우민화 정책으로 실시됐던 프로야구가 전국민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로 발전하기까지. 야구 직관 한 게임 하시면서 그간의 일들을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 당일치기 땡전로드 어떻게 하나요

*준비물 : 성명서, 교통카드, 편한 복장

12:00 연희초등학교 앞 집합→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보이동
12:40 ‘연희동자치회관’ 정류장에서 서대문04 마을버스 탑승→‘연세대학교앞’ 정류장 하차
13:00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 앞 도착
13:30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 앞→이한열기념관 도보이동
13:50 이한열기념관 관람
14:30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승차→지하철 2호선 시청역 하차
15:00 서울광장 및 주변 탐방
16:00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차→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하차. 잠실야구장으로 도보 이동
17:00 2018 프로야구 경기 관람(주말경기 기준). 경기 종료 후 해산.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