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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국민연금 눈치보는 운용사들
[사진=연합뉴스]

- 연금ㆍ위탁사 판단 엇갈리면…최종결정은 연금 몫
- 민간자율규제가 강행규정으로 변화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면서, 비대해진 국민연금 영향력을 우려하는 위탁 운용사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정식으로 도입하면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의결권을 위탁 운용사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실질적으로 운용사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는 불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의 뜻에 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운용사들은 ‘의결권 통일 불일치’시 최종 결정권이 국민연금에 있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특정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를 표명했지만,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삼성전자 주식을 산 위탁운용사가 ‘찬성’을 표시하면, 이 경우 ‘의결권 통일 불일치’ 사례가 된다.

국민연금이 도입하는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르면 이 경우 삼성전자는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때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의 찬반 여부까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만약에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의 판단이 엇갈리는 ‘첨예한 안건’이 상정되고, 기업 역시 한표가 아쉬운 안건이라 ‘의결권 통일 불일치’를 거부하면, 결국 국민연금이 원하는 대로 찬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운용사에겐 막대한 자금을 위탁해주는 ‘갑’의 위치”라며 “국민연금과 어긋난 의결권을 자주 행사할 경우 향후 위탁 자금을 못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탁운용사가 의결권을 위임받는다고 연금과 독립된 판단이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지난달 중순 스튜어드십코드 공청회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주주총회 전에 ‘사전공시’ 하겠다고 밝히자, 한 토론자가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토론에 나선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는 국민연금의 막강한 영향력에 비춰보면, 다른 기관의 의결권 행사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위탁 운용사가 이를 잘 수행하는지 살피어 가점을 준다고 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원래 스튜어드십코드는 민간자율 성격이 강한 ‘원칙준수ㆍ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으로 도입됐다. ‘원칙준수ㆍ예외설명’이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은 ‘코드를 구성하는 7개의 원칙’을 다 도입할 필요도 없고, 도입하지 못하는 원칙에 대해서 ‘왜 도입하지 못하는지’만 설명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를 만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나 금융위원회ㆍ복지부 모두 “스튜어드십코드는 강행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잘 수행했는지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7개 원칙을 ‘전부’ 도입하고,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잘 이행했는지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실질적 강행 규범화로, 불과 몇달만에 완전히 입장을 뒤바꿨다”고 비판한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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