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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짝’, ’애정촌’에서의 통속적인 '짝짓기'가 다큐로
남 : “지금 TV에 나오는 저 프로그램은 '진지하게 추한' 내용을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데, 짜증을 넘어서 좀 슬프다. ‘사랑’이랑 거리가 먼 설정을 현실이라고 던져놓고 심사위원 같은 여자들은 참가선수같은 남자들의 정성을 고민하고 받아준다.”

여 : “결국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

2011년 새해 첫 스페셜 다큐멘터리로 선보인 SBS 스페셜 짝 1부-나도 짝을 찾고 싶다‘를 방영 직후 시청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시골길을 달리는 노란 스포츠카, 이 차는 지금 애정촌으로 향하고 있다. 짝을 찾고자 하는 남녀들의 욕망이 ’응집‘된 곳이 바로 여기 ’애정촌‘이다. 여기에는 모두 12명의 남녀가 출연한다. 하지만 이름은 없다. 그저 남자 1호, 2호, 3호, 그리고 여자 1호, 2호, 3호로 불릴 뿐이다. ’짝짓기’에 숫자가 맞으면 재미가 없다. 때문에 남자는 일곱, 여자는 다섯이다. 프로그램은 홉페이지와 이날 방송을 통해 이들의 만남을 ’짝짓기’라고 명명했다. 그러니 뒤에 이 프로그램에 대해 ’동물의 왕국’의 그것에 빗댄 시청자의 비난도 틀리지는 않다.

실험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 앞에는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새해를 맞는 ’한국인‘ 특집으로 제작됐다는 이 프로그램은 남녀 출연자들이 애정촌에 모이며 시작된다.

“무릇 만물은 짝을 위해 존재하고 대부분의 수컷은 아무 조건 없이 구애를 한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남자들의 구애가 시작됐다. 눈에 띄는 미모를 갖춘 여자 3호를 향해 네 명의 남자들이 우수수 모여들었다. 여기에서 시청자들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것. 

애정촌의 둘째날이 밝았다. 짝짓기의 또다른 변수는 이들의 프로필 공개였다. 이들의 프로필을 살펴보자. 남자 1호는 노란 스포츠카를 소유한 명문가 자제, 남자 2호는 파리 현지가이드 출신 깔끔한 매너의 소유자, 남자 3호는 이종격투기 선수이다. 남자 4호는 잘 나가는 프로모델이며 남자 5호는 서울법대 출신의 사법연수생, 남자 6호는 프로농구 선수 출신으로 현재 농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남자 7호는 유명 연애 컨설턴트다.

여자들의 프로필이다. 여자 1호는 양복점 딸이며 여자 2호는 이대 대학원 졸업생, 여자 3호는 성균관대 졸업생, 여자 4호는 미스코리아 인천 진 출신이며 외대 대학원 재학 중이다. 여자 5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S그룹 재직 중인 이화여대 졸업생이다. 이번에는 이들 여자들의 선택이다.

남자 6, 7호는 선택받지 못했고, 남자 5호의 선택을 받은 여자 4호는 남자 2호를 선택했다. 여자 3호는 남자 1호를 선택했다. 하지만 남자5호는 여자3호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계속했고, 남자 5호를 선택한 여자  5호의 마음은 무참히 무너졌다.

이 같은 내용으로 애정촌에서 이들의 동거기는 이어졌다. 서로에 대한 배려나 애정을 알아볼 순간들은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시청자들은 지적했다. “고작 하루 전에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진심‘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결혼을 전제로 한 짝짓기를 위해 존재한다는 ’애정촌‘, 이들의 동거기를 통해 달콤하고 잔혼한 짝짓기를 다룬다고 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분명히 이 프로그램은 통속 다큐멘터리라고 명시했다.

시청자들은 지적했다. “SBS 스페셜을 자주보는 시청자로서 이번주는 정말 최악이다. 그냥 케이블에 나오는 가십성 짝짓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는 구성에 한심함까지 느꼈다. 차라리 예능 프로에 나왔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기나 할텐데 대체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나중에 출연자들이 무릎 꿇고 밤새우는 장면에선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들의 그런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인 심도 있는 분석도 없다. 적어도 보편적인 현대 남녀의 사랑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대해 “2011년 한국인의 짝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짝에 대한 배려에서 오는 만족만큼 큰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짝이 없는 날을 상상해 보았는가?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짝에 대한 소중한 배려가 절실한 때 과연 당신은 지금 짝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프로그램은 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획 의도가 무색했던 1부였다. 이들의 매칭 결과, 남자 6호-여자 1호, 남자7호-여자2호, 남자3호-여자3호, 남자4호-여자5호였다. 파트너 선정 이후 이들은 각자 “서로의 진심을 보았다“거나, “믿음직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자들의 경우 외모가 중시되고, 남자들의 경우 갖가지 능력이 중시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반응뿐이었다. 여자 5호의 경우 "출연자들 중에서 누구도 이성적으로 느끼지 못했고, 남자분들도 나에 대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단지 여동생 같은 느낌이 아니었얼까"라며 커플이 된 이후에도 착잡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애정촌'에서는 20대 중후반 남녀가 만나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키워가는 모든 과정은 생략돼있었다. 심지어 세대의 퐁속이나 가치관을 꺼내보는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프로그램의 방향처럼 말 그대로 ’통속적인 짝짓기‘에 불과했다. 한 시청자의 지적처럼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 없으며, '진지하게 추한' 내용을 시종일관 '진지하고 아름다운' 내용인양 보여줬다.

밤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을 두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니 말 그대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들이 '애정촌'에서 찾았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애정촌’에서 이들의 ’짝짓기’는 ’진심을 찾아간다’는 과정을 바탕에 뒀다. ’당신은, 당신의 짝은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은 애정촌의 누구와 닮아있나’는 화두를 던지고 있음에도 이 곳 ’애정촌’과 시청자들은 아무런 공감을 이루지 못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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