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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대중문화>“정말 우리가 바꿀수 있을까” … 암울한 현실에 갇힌 ‘정글피쉬2’
지상파에서 청소년 드라마가 자리잡기는 만만치 않다. 공영방송조차도 시청률을 의식하는 현실에서 타깃이 제한적인 청소년 드라마를 연속극 형태로 만든다는 건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몇 년 사이에 청소년 드라마는 크게 바뀌었다. 풋풋한 옥림이의 성장을 볼 수 있었던 ‘반올림’, 고교생 학부모의 치맛바람을 보여주었던 ‘최강 울엄마’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최근 끝난 KBS 8부작 ‘정글피쉬2’는 체벌, 원조교제, 자살, 여고생 임신, (빵)셔틀 문화 등 겉으로만 보면 자극적이고 불편한 내용을 많이 다뤘다. 내용이 너무 어둡고 음울하다며 외면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글피쉬2’는 지난 2007년 K외고 시험지 유출사건을 토대로 제작한 ‘정글피쉬1’의 영향이 있었다. 정규 편성은 어려웠지만 서울 드라마어워즈에서 수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정글피쉬2’의 고3 교실에는 살벌한 요소들이 많았음에도 이를 잘 끌고가며 마무리했다. K외고 시험지 유출사건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 즉 자율형 사립고, 사회적 배려대상자, 불법 찬조금, 학생 130여명 무더기 입학 취소 등 실제 사회를 뒤흔든 교육비리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 여고생 효안(한지우)의 자살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통해 픽션보다 잔혹한 현실의 생채기를 돌아봤다. 청소년에게 심각할 정도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보여준 점도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정글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우리만의 정글을 만들고 있다. 우리끼리 서열을 만들고, 희생양을 고르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잔인한 정글이다”는 효안이 남기고 간 다이어리 내용이다. 그러면서 효안의 죽음 원인을 파헤쳐온 호수(홍종현)는 “효안을 죽인 건 우리 모두”라고 결론내린다.

마지막 회에서 호수는 죽은 효안의 잔영을 보며 “정말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라고 묻자 효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끝났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비리와 부패 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청소년 스스로 문제 해결에 다가서자는 암시였다.

일태 때문에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소년원 생활을 하고 보호감찰 시간을 보내온 바우(이준)가 동영상으로 일태의 무죄를 증명해주는 장면은 부정적으로 다뤄졌던 문제 청소년이 성장하고 성숙해졌음을 보여줬다.

‘정글피쉬2’는 청소년 사회를 너무 어둡게 그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다뤘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청소년 드라마가 현실이라고 해서 어두움을 모두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학생들이 행사하는 폭력이 무자비하고 편가르기 문화가 심각해도 우회적 표현방식이 필요하다.

풍림고에는 얼굴에 적의가 가득한 학생주임(이상용)과 교감밖에 없는 것 같고,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사의 목소리는 너무 작게 들렸다. 그러니 매번 학생과 교사는 시종 대결구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급속히 화해 모드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의 정글이 부정적인 요소로만 점철돼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불합리한 정글 속에서 싹트는 긍정적인 감성, 기성세대 사이에 힘들고 두꺼운 벽이 존재하겠지만 기성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청소년들이 힘들다고 그 안에 갇혀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글피쉬2’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처한 어두운 현실을 한 번 고민해 보자는 의미를 던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의 드라마도 계속 나왔으면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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