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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모닝2011>미국 vs 중국 ‘龍爭雕鬪’
남중국해·댜오위다오 갈등

천안함·연평도포격 대립

환율·무역·에너지분쟁까지

이슈마다 사사건건 마찰


“美가 지배했던 한세기 쇠락”

中중심 지구촌 패권전쟁 가속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지난해 9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았다. 당시 일본 해경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전면적인 갈등이 촉발됐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까지 중단하면서 강하게 압박하자, 일본은 맥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백기를 든 일본을 보면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중국은 확실하게 ‘굴기’를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주인공은 중국이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누구 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근심거리를 해결해주기 위해 도우려 하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G20 정상회의는 미국이 ‘지는 해’라면 중국은 ‘떠오르는 용’이란 것을 더욱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두 가지 사례는 세계 질서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된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G2의 시대’다. 미국과 맞섰던 옛 소련의 자리를 이제 중국이 차지하면서 새로운 세계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ㆍ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옛말이 됐고, ‘유소작위(有所作爲ㆍ적극 참여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대세가 됐다.

중국의 무서운 기세를 바라봐야 하는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아직은 ‘슈퍼강국’ 미국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으나, 미국은 쇠락하고 있으며 미래는 상대적으로 어둡다.

세계적 역사학자로 ‘역사학계의 촘스키’로 불리는 가브리엘 콜코 캐나다 요크대 역사학과 교수가 “이제 미국의 힘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쇠락하고 있으며, 미국이 지배했던 세기도 막을 내리고 있다”고 단언할 정도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작정하고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내다 팔기라도 하면 미국 경제는 현기증을 내며 쓰러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이 기술력을 높이게 되면 미국 경제는 중국과 전면적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세계의 헤게모니는 중국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세계사 책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아니라 명나라 정허(鄭和)의 대원정 이야기가 수록되고,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서 영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미 갈등은 시작됐다. 중국의 굴기와 공세적 외교 정책은 각종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부터 중국의 구글 검열 논란, 미국의 달라이 라마 초청, 남중국해 분쟁과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갈등, 천안함 사건 및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서해 훈련, 위안화 환율, 공정무역, 기후 변화, 에너지 확보 등에 이르는 수많은 사안에서 G2는 서로 다른 시각을 보였다.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 문제는 그 대립전선을 중국 대 서방으로 확대시켰다.

일본과 러시아도 복잡한 심정 속에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줬고, 댜오위다오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을 겪으며 중국의 힘을 절감했다. 이제 중국을 겨냥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은 뚜렷하다.

러시아도 내심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중ㆍ러 관계가 밀월을 구가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중국 위협론’이 출현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는 필연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패권화 우려를 부인하면서, 각 사안의 뒤에 버틴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도 위협과 도전은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초고속 성장을 해온 중국의 기세를 보면 ‘차이나 파워’는 갈수록 강력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헤게모니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은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높고 또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올해 양국이 화해 모드를 취하고, 나아가 협력의 전기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오는 1월 19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새로운 세계 질서는 강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이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전망 속에서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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